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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현대차, 비용 줄인 협력사에 우선납품 인센티브…연간 최대 16조 생산비 감축 기대

25.05.2026

협력사의 원가 절감은 향후 현대자동차에 공급되는 부품의 가격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규 차종 공급 입찰 과정에서도 원가 절감 성과가 공급 업체 선정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또 현대차(005380) 와 기아(000270) 가 상당수 협력사와 부품 공급망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원가 경쟁력 개선 효과가 그룹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이 이번 원가 절감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경우 영업이익 개선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원재료 및 상품 사용액은 각각 53조 2000억 원, 43조 8000억 원으로 양 사의 부품·원재료 구매 비용만 약 97조 원에 달한다. 계열사와 해외 조달, 일반 구매 등을 제외한 국내 1차 협력사 대상 구매 규모는 연간 50조~80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업계 추산이다. 협력사들이 20% 수준의 원가를 절감해 납품단가를 낮춘다면 현대차그룹은 10조~16조 원 수준의 비용 감축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의 영업이익 합인 약 9조 5000억 원을 웃도는 수치다.

현대차는 협력사들이 원가 절감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유도하기 위해 성과에 따라 보상과 불이익을 차등 적용할 방침이다. 기준은 원가 절감 목표치인 20%를 얼마나 달성했느냐다. 목표 달성 협력사에는 향후 공급 물량을 우선 배정하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목표에 미치지 못한 협력사는 공급 물량 축소는 물론 장기적으로는 현대차 협력사 지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동차 부품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목표치의 120% 이상, 즉 24% 안팎의 원가절감 효과를 낸 업체에는 2개 차종 우선협상권, 심의 점수 5점 가점, 별도의 인센티브를 부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목표치의 100~120%를 달성한 업체에는 1개 차종 우선협상권, 심의 점수 3점 가점, 목표치의 80~100%를 달성한 업체에는 심의 점수 1~2점의 가점 제공이 거론된다. 50~80%에 해당하는 업체는 보상과 인센티브가 없다. 목표 달성률이 이보다 낮은 업체에는 불이익을 주는 방안이 유력하다. 10~50% 수준에 그칠 경우 심의 점수 1~2점 감점, 달성률 10% 이하 업체는 운영 구도 배제, 1개 차종 이상 입찰 제외, 심의 점수 3점 감점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를 사실상 협력사 퇴출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대차가 이처럼 강도 높은 1차 협력사 원가 절감에 나선 것은 수익성 방어가 시급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물가 상승으로 비용 부담이 커진 가운데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관세 이슈 등이 겹치면서 원가 경쟁력 확보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또 중국 전기차들이 낮은 가격과 높은 완성도를 바탕으로 글로벌 확장에 나서면서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사 알릭스파트너스는 중국 완성차 브랜드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2024년 21%에서 2030년 30%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총 727만 대가량의 차량 판매를 기록했는데 같은 기간 중국차 판매 대수는 3440만 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현대차 협력사의 원가 절감 노력은 비용 절감에 그치지 않고 국내 자동차 부품 공급망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자동차 부품 산업에서 축적된 원가·품질 경쟁력은 향후 성장세가 본격화할 로봇 산업의 부품 생태계로도 확장될 수 있다. 자동차와 로봇 산업이 모터·감속기·센서·제어기 등 핵심 부품을 상당 부분 공유하는 만큼 이번 공급망 효율화가 장기적으로 한국 제조업의 글로벌 부품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과거부터 협력사와의 상생을 통한 부품 공급망 경쟁력 강화를 강조해온 바 있다.

일부 협력사들 사이에서는 이번 원가 절감 요구가 갑작스럽게 전달되면서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중동 전쟁 등으로 인해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물류비 부담이 상당한 상황에서 협력사 자체 노력만으로 목표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협력사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이 한정적이라는 점에서다. 인력 구조조정, 외주화, 저가 원재료 사용, 해외 생산 확대 등이 거론된다.

한 1차 협력사 관계자는 “현대차 물량을 잃으면 회사 운영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원가 절감안을 제출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또 다른 협력사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원가 절감 프로그램이라기보다 협력사 생존 경쟁의 출발점에 가깝다”며 “내년쯤 되면 매각이나 합병을 검토하는 부품사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최근 중국 부품사와의 거래를 늘리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원가 절감 프로그램이 단순한 비용 효율화 차원을 넘어 장기적으로는 공급망 재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 완성차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현대차로서도 차량 생산 원가를 낮춰야 한다는 압박이 컸을 것”이라며 “다만 1차 협력사는 원가 절감을 위해 일정 부분 비용을 줄일 여력이 있지만 2·3차 협력사에는 이 같은 압박이 생존 문제로 직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경우 국내 2·3차 협력사의 입지는 점차 좁아지고 장기적으로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그 자리를 대체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기존 공급망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현대차와 협력사가 함께 망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결국 현대차는 경쟁력을 갖춘 협력사를 선별해 함께 성장하고, 필요하다면 중국 부품사들과도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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