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고사리가 제외되고 밀키트가 포함된다. 조사 품목 개편을 통해 달라진 소비 트렌드를 반영하기 위한 조치다. 또한 이동식저장장치(USB)가 퇴출되고 클라우드 이용료는 새롭게 반영된다. 온라인 콘텐츠 이용료 항목에는 ‘인공지능(AI) 구독료’가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가데이터처는 올해 CPI 조사 품목 개편을 위한 비공개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기존 ‘2020년=100’인 기준 연도를 ‘2025년=100’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CPI 조사 품목은 소비자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구입하는 상품·서비스 약 460개로 구성되며 변화한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5년마다 조정된다. 품목 선정 기준은 가계 소비 비중이다. 항목별 월평균 소비지출액이 전체 평균 소비지출액의 1만분의 1 이상이어야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월 312원 이상 소비된 품목이 해당한다. 데이터처 관계자는 “지난해 가계동향조사에서 집계된 소비지출액에 따라 가구 소비 수준이 높은 품목을 새롭게 파악하고 검토 중”이라며 “소비가 줄어든 품목은 제외해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USB는 제외 후보로 거론되는 반면 클라우드 저장 공간 이용료는 새롭게 포함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또 기존 음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게임 중심이던 ‘온라인 콘텐츠 이용료’ 항목에 생성형 AI 서비스 구독료를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최근 국내에서 챗GPT·제미나이·클로드 등 유료 AI 서비스 이용이 빠르게 늘어난 현실을 반영하려는 취지다. 전기차 이용 증가에 따라 전기차 충전료 역시 CPI 품목에 새로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면 물가 상승률이 기존 발표치보다 소폭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정부 지원으로 낮은 가격을 유지했던 상품 등이 CPI 구성 품목에서 빠지고 소비자들의 체감물가를 보다 정확하게 반영하면서 상승률이 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1년에는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개편 적용 후 이전보다 0.1%포인트 높아졌다.
데이터처는 올해 7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간 결과를 공개한 뒤 연말 최종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2020년 기준으로 CPI 조사 품목을 개편할 당시에는 전기차·식기세척기·체리 등이 새 조사 품목으로 포함됐다. 코로나19 확산 영향에 마스크가 처음으로 신규 편입되기도 했다. 반면 무상교육·무상급식·무상복지 등 정책이 확산되면서 고등학교 납부금과 학교 급식비는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고 비즈니스 캐주얼 복장이 유행하면서 넥타이도 55년 만에 품목에서 빠졌다.
더 이전인 2015년에는 케첩이 조사 품목에서 제외됐다. 케첩과 마요네즈는 1980년 서구식 식생활 확산과 함께 CPI 품목에 편입됐으나 식재료 다양화 흐름 속에서 가구 평균 소비 금액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대신 외식 메뉴 이미지가 강했던 파스타가 집밥 메뉴로 자리 잡으면서 ‘파스타면’이 새 조사 대상에 들어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물가지수는 단순 가격 통계가 아니라 한국인의 생활 변화를 보여주는 사회지표 성격도 갖는다”며 “먹거리·생활물가 등을 중심으로 소비자 체감물가와 CPI 간 괴리가 생기지 않도록 가중치 등도 함께 조율해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5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6.1로 지난달보다 6.9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6월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CCSI는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올해 3월과 4월 두 달 연속 하락하며 100 아래로 떨어졌지만 이달 들어 석 달 만에 다시 상승 전환했다. CCSI가 100보다 높으면 장기 평균(2003~2024년) 대비 소비심리가 낙관적이라는 의미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따른 수출 호조와 증시 활황 등이 소비심리 개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