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온체인 금융시장 선점을 둘러싼 금융계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이 두나무 지분 투자로 먼저 치고 나가면서 토스가 향후 시장 구도를 가를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다른 금융지주와 증권사,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들도 제휴 전략을 짜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주요 금융그룹은 하나금융의 두나무 지분 투자 발표 이후 원화코인 사업 구도에 미칠 파장을 점검하고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주요 은행들도 하나금융이 두나무 지분 인수까지 나설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하나금융이 가상화폐거래소 1위 사업자인 업비트를 보유한 두나무와 손을 잡으면서 원화코인 발행과 유통망 확보 경쟁이 한층 빨라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토스를 둘러싼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KB금융은 토스를 원화코인 시장의 주요 협력 축으로 보고 관련 논의를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은 최근 KG이니시스·카이아·오픈에셋과 원화코인 결제·정산·입금으로 이어지는 통합 기술검증(PoC)을 마쳤다.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 수호아이오와는 외화송금 검증도 진행하고 있다. KB가 국내 2위 가상화폐거래소인 빗썸과 실명계좌 제휴를 맺고 있는 만큼 KB와 토스, 빗썸을 잇는 협력 구도도 거론된다.
토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용자 기반이다. 토스는 은행·증권·간편결제를 한데 묶은 슈퍼앱 전략으로 지난해 가입자 3000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2030세대 이용 비중이 높다는 점은 원화코인의 초기 확산과 실사용 측면에서 강점으로 꼽힌다.
카카오도 원화코인 구도에서 빠질 수 없는 축이다. 카카오톡이라는 압도적인 이용자 접점을 가진 카카오는 토스와 KB금융 등 주요 금융사와의 연합 가능성을 고심하고 있다. 카카오 내부에서는 카카오와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등 계열사만으로 원화코인 사업 주도권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는 시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인 만큼 대형 은행이나 금융그룹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카카오의 원화코인 사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카카오와 토스가 같은 컨소시엄에 참여하면 각자의 지분율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과 IBK기업은행은 향후 합종연횡의 캐스팅보트로 거론된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경영진은 디지털자산법 논의 흐름을 지켜보며 원화코인 사업 전략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독자 컨소시엄 구성도 가능하지만 업계에서는 대기업 거래 기반이 탄탄하다는 점을 활용해 주요 금융그룹과 손잡고 협상력을 높이는 선택지도 가능하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은행 역시 매력적인 제휴 대상으로 꼽힌다. 기업은행의 3월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264조 2000억 원으로 시장점유율 1위(약 24.4%)다. 1960년 설립 이후 축적해온 중소기업·소상공인 거래 정보와 기업금융 수요는 원화코인의 실제 활용처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주목하지만 IBK기업은행을 끌어들이는 쪽이 상당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도 복수의 기업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최근까지 삼성카드와도 논의를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카드와 손잡을 경우 삼성 월렛이 탑재된 갤럭시 스마트폰을 통해 원화코인 이용 기반을 빠르게 넓힐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가장 먼저 움직인 하나금융은 단순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넘어 온체인 금융시장 선점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이 자체 블록체인 인프라인 ‘키넥시스’를 통해 기관 간 달러 결제와 해외송금, 토큰화 자산 거래, 예금토큰 기반 정산 등을 지원하는 것과 유사한 모델이다. JP모건에 따르면 키넥시스는 출시 이후 누적 3조 달러 이상의 거래를 처리했으며 일평균 거래 규모도 70억 달러 수준까지 커졌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하나금융은 두나무의 블록체인 인프라인 기와체인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온체인 금융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