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1일 예고된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추가 조정을 앞두고 정부도 긴급조정권 발동 등 비상 대책을 준비하는 가운데 시한 내 타결 여부에 국민적 관심이 쏠려 있다. 파업은 노동조합의 헌법적 권리이지만 현재 조건상 이익보다 손실 가능성이 훨씬 크다. 파업에 앞서 노조는 적어도 다섯 가지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
무노동·무임금의 조건에서 파업은 버티기의 함수다. 미국·독일 등의 강성 노조가 장기 파업을 지탱할 수 있는 동력은 대규모 파업기금(strike fund)이다. 전미자동차노조(UAW)는 2023년 파업 당시 8억 5000만 달러 규모의 파업기금에서 매주 500달러의 파업 수당을 조합원에게 지급하며 6주 이상을 버텼다. 삼성전자 노동조합에는 파업기금이 없다. 노조의 조합비는 월 1만 원 수준이며 교섭 기간 중 특별 조합비를 추가 징수한다고 해도 파업 참가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할 재원이 없다.
결정적 딜레마는 파업이 조합원의 ‘초과이익성과급(OPI)’ 기반을 침식한다는 점이다. 파업으로 생산이 멈추면 영업이익 훼손은 30조(노조 추정)~100조 원(업계 추정) 규모다. 15%의 성과급을 가정할 경우 손실 30조 원당 4조 5000억 원의 성과급 재원이 소멸된다. 노조 스스로 자기 밥그릇을 걷어차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시장점유율과 경쟁력 손실이다. 메모리 반도체 한 라인의 가동 중단은 경쟁사의 점유율 확대를 의미한다. HBM4 양산의 민감한 국면에서 엔비디아·구글 등 전략 고객 이탈은 단기 매출 차질을 넘어 향후 수년간의 공급 구조 재편을 의미한다. 이는 임금과 성과급 재원 기반의 구조적 약화를 초래할 것이다.
파업 성공은 단결에 의존한다. 삼성전자 노조의 상황은 정반대다. 교섭단을 구성한 노조 간 분열이 심화돼 공동교섭이 사실상 종료됐고 1만 5000명 규모의 전국삼성전자노조는 초기업노조 위원장의 ‘교섭 배제’에 강력 반발했다. 사업부 간 갈등은 더 심각하다. 영업이익 15% 성과급과 상한선 폐지는 사실상 반도체 부문에만 유리하며 이 때문에 모바일·가전(DX) 중심의 동행노조가 공동 교섭단에서 이탈했다. 파업을 앞두고 교섭대표의 리더십과 통합력이 훼손된 것이다. 이는 파업대오 약화와 조용한 탈노조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파업의 정당성은 법률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여론은 협상의 지렛대인데 매우 부정적이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7~28일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9.3%가 파업이 “부적절하다”고 답했고 “적절하다”는 응답은 18.5%에 그쳤다. 여론조사 꽃의 조사에서도 ‘무리한 요구(80.2%)’라는 의견이 ‘적절한 요구(14.2%)’라는 응답보다 66%포인트 많았다.
무엇보다 평균 연봉 1억 원 안팎의 초거대기업 정규직이 1인당 6억 원 규모의 성과급을 요구하며 파업하는 모습은 중소기업·비정규직이 90%인 한국 노동시장의 현실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노조에 우호적인 정부가 파업에 부정적인 상황도 부담이다.
파업이 법의 보호를 받으려면 목적이 정당해야 한다. 교섭의 핵심 요구인 ‘영업이익 15% 명문화’와 ‘OPI 상한 폐지’가 단체교섭의 의무적 대상인지 논란이다. 대법원은 삼성전자 퇴직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OPI는 평균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OPI의 임금성을 부정한 것이어서 이를 둘러싼 쟁의행위가 적법한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하다.
회사는 수원지법에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으며 1·2차 심문을 마쳤다. 본안 판단 전에 가처분을 인용할 경우 파업은 불가하다. 무엇보다 강행된 파업이 위법으로 판단되면 노조 간부 및 개별 조합원의 손해배상 책임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파업 참가자 부담은 수억 원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
이들 5대 요소를 종합해 보면 파업 시 지불해야 할 비용이 효용에 비해 너무 크다. 쟁의권은 노조가 쓸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지만 가장 위험한 카드다. “파업에 승자는 없다(No one wins a strike).” 노사가 상황을 냉철하게 인식하고 합의해야 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