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뉴스는 지나갔지만, 그 의미는 오늘에 남아 있습니다. ‘오늘의 그날’은 과거의 기록을 통해 지금을 읽습니다.<편집자주>
2016년 5월 17일 오전 1시 7분께 서울 강남역 인근 상가 건물 남녀공용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가해자 김모 씨(당시 34세)와 피해자는 서로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경찰의 폐쇄회로(CC)TV 조사 등에 따르면 가해자는 범행 당일 0시 33분께 화장실에 미리 들어가 대기했다. 피해 여성이 화장실에 들어오기 전까지 약 34분 동안 남성 6명이 화장실을 이용했으나 범행 대상은 되지 않았다. 이후 오전 1시 7분께 들어온 첫 여성이 피해자가 됐다. 유동 인구가 많은 번화가의 일상적 공간에서 발생한 중대 범죄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사건 직후 큰 사회적 파장이 일었다.
◇ “여성에게 무시당했다” 진술…수사기관은 ‘묻지마 살인’ 판단
가해자는 체포 직후 경찰 조사에서 “평소 여성들에게 무시를 당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이 발언이 알려지며 사건 초기 ‘여성혐오 범죄’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경찰과 검찰은 프로파일러 면담 및 심리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 사건을 혐오 범죄가 아닌 조현병(정신분열증)에 의한 전형적인 ‘묻지마 범죄(이상동기 범죄)’로 결론 내렸다. 가해자가 장기간 정신질환 치료를 중단해 피해망상이 심화된 상태에서 촉발된 범행이라는 판단이었다.
2017년 4월 13일, 대법원은 살인 혐의로 기소된 가해자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가해자의 조현병에 따른 심신미약 상태는 인정하면서도 범행의 중대성과 계획성을 고려해 중형을 선고했다. 치료감호와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도 유지했다.
◇ 강남역 10번 출구에 붙은 추모 포스트잇…‘여성폭력’ 공론화
법적 판단과 별개로 시민들은 이 사건을 여성 안전 문제와 연결해 받아들였다. 사건 직후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는 피해자를 추모하는 포스트잇과 국화가 놓였다. 포스트잇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내가 될 수도 있었다”는 취지의 문장들이 적혔다.
이러한 추모 행렬은 남녀공용화장실의 구조적 취약성과 공간 분리 필요성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젠더 폭력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와 관련 법·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움직임으로도 확장됐다.
◇ 10주기 맞은 2026년…시민단체 “여성폭력 대책 마련해야”
사건 발생 10주기를 맞은 2026년 5월, 시민단체들은 강남역 현장에 다시 모여 안전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서울여성회를 비롯한 129개 단체는 지난 11일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7일까지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주간’으로 선포했다. 이들은 “지난 10년 동안 불법 촬영, 교제 폭력 등 다양한 형태의 여성폭력이 계속되고 있다”며 정부에 구조적 폭력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