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환자의 수술 전략을 결정하는 핵심 정보인 간 섬유화 정도를 수술 중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예측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 개발됐다. 간암 수술을 1000건 이상 집도한 외과 의사보다 정확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삼성서울병원은 최규성·오남기 이식외과 교수와 유학제 AI연구센터 박사 연구팀이 2019년 12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삼성서울병원에서 간암으로 복강경 간 절제술을 받은 환자 103명을 분석해 간 섬유화 예측 AI를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간 섬유화는 만성적인 간 손상으로 인해 간이 흉터 조직으로 바뀌며 딱딱해지는 과정으로, 방치하면 간경변증 및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 간암 환자에게 수술 후 간 기능 저하와 합병증 위험을 높이는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간암 환자에게 간 섬유화나 간경변이 있으면 간 절제 범위를 조정하거나 수술 방법을 바꿔야 하는 만큼 수술 전 간섬유화 정도를 파악하는 게 필수적이다. 기존에는 섬유화 정도를 평가하기 위해 수술 전 혈액검사나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촬영(MRI) 같은 영상검사를 진행했지만 정확도가 떨어졌다. 조직검사의 경우 침습적일 뿐 아니라 간 전체의 섬유화 정도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결국 외과의가 수술 중 간 표면을 직접 관찰해 판단하는 게 최선이지만, 이마저도 주관적이고 경험치에 따라 달라지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103명의 복강경 수술 중 촬영된 HD화질 영상을 분석했다. 이미지넷(ImageNet)으로 미리 학습된 딥러닝 모델을 간 섬유화 진단에 맞게 재학습시켰고 간 표면의 울퉁불퉁한 정도, 색상 변화, 윤곽의 불규칙성 등을 자동으로 인식하도록 했다.
그 결과 딥러닝 기반 AI 모델을 활용할 경우 92.7%의 정확도로 심한 간 섬유화를 예측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이는 혈액검사의 간 섬유화 예측 정확도(68.0%)는 물론, 외과의사(80.8~84.4%)보다도 높은 수치다.
연구팀은 외과의의 경우 간 섬유화 있는 환자를 잘 찾아내는 민감도는 95% 이상으로 높지만 환자 안전을 위해 보수적 판단이 반영돼 섬유화가 없는 정상 간을 구분하는 특이도가 61.1~67.8%로 상대적으로 낮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AI모델은 민감도 91.8%와 특이도 91.0%를 기록해 균형 잡힌 성능을 보였다.
최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간 섬유화 평가의 사각지대를 AI를 활용해 임상 가치를 확장한 성과”라며 “외과의의 풍부한 임상 경험에 AI를 더해 암 환자의 정밀 수술 전략 수립에 중요한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 계열 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 최근호에 실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