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권이 인공지능 전환(AX) 대응을 위해 공동 협의체를 꾸린다. 은행별로 AI 시스템을 따로 구축하는 데 따른 비용 부담과 중복 투자를 줄이고 지급결제·데이터 등 공통 인프라 영역에서 함께 추진할 과제를 발굴하기 위한 취지다.
14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결제원은 최근 ‘은행권 AX 얼라이언스’(가칭)에 참여할 기관을 확정하고 협의체 출범 준비에 들어갔다. 참여 기관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특수은행, 인터넷전문은행을 포함해 총 17곳이다.
금융결제원은 이달 중 은행 실무진이 참여하는 회의를 열어 세부 논의 과제를 정리한 뒤 다음 달 임원급 회의를 거쳐 협의체를 공식 발족할 계획이다. 은행권 전반에서 AX 추진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개별 은행 차원의 실험을 넘어 공동 대응이 필요한 영역을 찾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협의체는 은행마다 유사한 AI 시스템을 따로 개발할 경우 투자 부담이 커지고 규제 해석, 보안 검토, 데이터 활용 과정에서 같은 시행착오가 반복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특히 AI 도입이 내부 업무 자동화 수준을 넘어 고객 서비스와 금융 인프라 영역으로 확산할 경우 은행권 차원의 공통 기준과 실증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각자 AX 사업을 추진하면 비슷한 영역에 중복 투자할 가능성이 있다”며 “공동으로 아이디어를 모으고 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새로운 사업 기회도 찾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협의체가 가동되면 은행권의 AX 추진 속도도 한층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사업 과제는 향후 실무 논의를 통해 확정된다. 금융결제원이 주도하는 협의체인 만큼 지급결제 인프라와 AI 기술을 결합하는 방안이 우선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금융권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AI 에이전트를 기존 금융 시스템에 안정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 점검하기 위한 기술검증(PoC)도 후보 과제로 거론된다. 예금토큰과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 화폐 활용 가능성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다국어 공동 금융 서비스, 은행권 공통 AI 데이터 합성 체계, AI 활용 관련 보안 기준과 규제 해석 정비 등도 검토 대상이다. 개별 은행이 단독으로 추진하기보다 공동 사업으로 접근하는 것이 효율적인 분야를 선별하고 필요한 경우 은행권 의견을 모아 금융 당국에 전달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은행권 AX가 업무 자동화나 내부 효율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앞으로는 결제·데이터·보안처럼 은행권 전체가 함께 풀어야 할 인프라 과제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며 “AI 도입의 속도뿐 아니라 표준과 신뢰성을 함께 확보하는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