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지난 5년간(2021~2025년) 연평균 당기순이익은 약 720억 원이다. 그나마 지난해 이례적으로 1211억 원의 흑자를 본 것을 제외하면 통상 일반적인 사업을 통해 수백억 원가량의 순이익을 거둬왔다. 이렇게 해서 캠코가 1962년 창립 이래로 축적한 순이익(이익잉여금)은 총 1조 3006억 원이었다.
하지만 캠코가 지난해 기타포괄손익에서 1조 502억 원의 적자를 보면서 63년간 쌓은 이익잉여금의 상당수를 잠식했다. 새출발기금에서만 1조 4000억 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새출발기금에서 본 손해만 합치면 이익잉여금보다도 큰 셈이다.
금융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11일 “이대로 가다가는 캠코가 자본잠식에 빠지게 생겼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4년 말 캠코의 자본 총계는 납입자본보다 약 1조 3000억 원 컸는데 지난해 말에는 이 차이가 4200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만약 기타포괄손실이나 당기순손실이 커져 자본 총계가 납입자본보다 작아지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게 된다.
금융계 안팎에서는 새출발기금이 출범한 2022년 당시부터 캠코의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정부 재정 대신 캠코가 직접 새출발기금에 100% 출자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채무 원금 감면 자금을 대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당시 금융계 일각에서는 정부 재정을 통해 직접 새출발기금에 자본을 납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이 경우 국가재정법과 같은 관련 법령을 개정해야 해 영세 소상공인·자영업자 구제에 시간이 걸리는 점이 문제였다. 결과적으로는 정부의 증자를 받는다는 전제로 캠코가 새출발기금에 자금을 넣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다만 그동안 새출발기금 출자에 따른 손실분은 캠코의 재무제표에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새출발기금이 매입한 채권의 상환 가능성 및 연체율 등을 고려해 예상 손실을 따로 계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새출발기금의 주요 의사 결정은 캠코가 아닌 정책 당국에서 결정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캠코는 단순히 정부의 새출발기금 출자의 중간 통로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감사원에서 이 같은 회계 처리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캠코 내부적으로도 새출발기금 손실분을 어떻게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할지 지난해부터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22~2025년 사이 캠코가 새출발기금에 출자한 지분에 대해 가치평가를 실시하고 1조 4065억 원의 기타포괄손실을 잡게 된 것이다.
금융계에서는 캠코가 포용 금융에 따른 재무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캠코에 자본을 일부 보태주기는 하지만 캠코 역시 자체 채권(캠코채)을 통해 새출발기금 자금을 댄다. 실제로 캠코의 사채 잔액은 2024년 말 7조 8150억 원에서 2025년 말 9조 7250억 원으로 24.4%나 늘었다. 지난해 캠코의 부채비율은 234.3%로 전년(213.7%)보다 20.6%포인트나 확대됐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새출발기금 신청 기간이 올해 끝나기는 하지만 이후에도 매입이나 약정 체결과 같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올해는 물론이고 캠코의 내년도 재무 상태에도 새출발기금이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캠코는 올해 3월까지 총 5조 9349억 원의 채무 원금에 대해 매입형 채무 조정 약정을 체결했는데 향후 이 액수가 수조 원가량 늘어날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새도약기금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나타날 공산이 크다. 새도약기금은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 원 이하 무담보채권을 사들여 소각하거나 조정해주는 기금으로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로 신설됐다. 캠코는 새도약기금에 4000억 원을 출자했다.
이 때문에 금융 당국 안팎에서는 캠코에 추가적인 증자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국회나 재정 당국의 반대로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흘러나온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새출발기금이 출범한 뒤 캠코에서 현물출자라도 받으려는 시도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면서도 “현물출자에 대해 국회에서도 견제론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새출발기금이나 새도약기금을 캠코의 회계와 분리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라는 분석도 함께 거론된다. 다만 이 역시도 국회 입법을 거쳐야 돼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금융계의 관계자는 “캠코의 금융 기능이 상당히 강해졌는데 이러면 차라리 한국산업은행처럼 부채비율이 아니라 국제결제은행(BIS) 비율로 재무 상태를 평가하는 게 맞지 싶다”라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