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채용 시장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구직자들이 공기업과 공공기관으로 몰리고 있다.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채용 축소 흐름까지 겹치며 이 같은 추세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10일 인크루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구직자들이 설정한 ‘관심 기업’ 목록에서 공기업·공공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24.1%로 전년 동기 대비 6.2%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견기업과 중소기업 비중은 각각 3.0%포인트, 5.7%포인트 감소하며 구직자 관심이 공공 부문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크루트의 ‘관심 기업’은 구직자가 채용 정보를 받아보기 위해 설정하는 지표로, 실제 취업 수요 흐름을 가늠할 수 있다. 올해 1분기 공기업·공공기관을 관심 기업으로 설정한 전체 건수도 29.4% 늘어나며 선호도가 뚜렷하게 높아졌다. 특히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전력공사 등 주요 공공기관은 관심 기업 상위 10위 안에 포함됐다.
청년 고용률이 절반 수준에 머물고 채용시장 회복도 더딘 상황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는 수요가 공공 부문으로 집중되는 모습이다. 인크루트에 따르면 공공기관 취업의 필수 요소인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이용 건수도 1년 사이 416.7% 급증했다. 한때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이나 인센티브 구조 등을 이유로 선호도가 감소했던 공기업에 대한 수요가 다시 확대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AI 도입 확산도 고용 안정성이 높은 공공기관 선호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들이 효율화를 이유로 채용을 줄이는 가운데 특히 신입 채용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한 HR업계 관계자는 “일부 기업들이 채용을 늘리더라도 신규 채용으로는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AI로 인한 대체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고용 안정성이 높은 공기업과 공공기관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공공 일자리 확대 정책까지 더해지면서 공공기관에 대한 수요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해 공공기관 신규 채용은 약 2만 7000명 규모로 늘어났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공공서비스 일자리 확대를 주문하면서 공공 부문을 선호하는 경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민간 채용 위축이 장기화되면서 청년층이 안정성을 고려해 공공 부문에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공공 일자리를 통해 단기적으로 채용 규모를 늘리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공공과 민관이 함께 고용 구조 개선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