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반도체 시장이 호황에 따른 역대급 초과 세수 가능성을 제시하고 보다 유연한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국의 경제 지형이 반도체 산업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거시 경제 정책의 판단 근거가 평균 및 후행 발표의 한계에 사로잡혀 있다는 게 김 실장의 지적이다.
김 실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코스피 7500 그리고 1만의 문턱 앞에서’란 제목의 글을 게시하며 이 같은 생각을 밝혔다. 그는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속보치는 1.7%, 한국은행 전망치 0.9%의 거의 두 배이고 무역수지는 월별로 사상 최대 행진 중”이라며 “어느 하나도 평범한 경기 순환에서 나오는 숫자가 아니다”고 짚었다. 또한 “골드만삭스가 추정한 삼성전자(005930) 와 SK하이닉스(000660) 의 단독 합산 이익만 해도 과거 한국 증시의 감각으로는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라고 했다.
이후 김 실장은 급변하는 시장 상황과 반도체 위주 성장 양상을 재정 및 거시 경제 정책에 실시간으로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재정과 거시 전망은 기본적으로 GDP 성장률 전망을 기초로 움직이는데 이번 반도체 호황은 기존 GDP 체계가 포착하기 어려운 특성을 갖고 있다”며 화두를 던졌다. “반도체처럼 품질 개선 속도가 가격 변화를 압도하는 산업에서는 기존 통계 체계가 현실 변화를 너무 느리게 반영한다는 데 있다”는 게 김 실장의 문제의식이다. 기존 통계 체계는 반도체 외 전 산업의 생산 실적을 반영하는 데다 집계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김 실장은 재정 정책을 결정하는 데 판단 근거가 될 기준을 GDP에 국한하기보다 다른 통계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는 “지금 국면에서 현실을 가장 빠르게 보여주는 건 무역수지, 수출 데이터, 그리고 기업 영업이익”이라며 “시장은 이미 그 숫자를 보고 움직이고 있는데 정책은 확인된 GDP와 확정 통계를 기다리며 뒤늦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언급했다. 또한 “반도체 중심의 초고속 산업 사이클 앞에서 중앙은행·거시당국·예산당국 모두가 구조적으로 후행할 수밖에 없는 거버넌스의 한계”라고 평가했다.
김 실장은 내년까지 반도체 호황이 이어질 시 올해와 내년에 “역대급 초과세수가 쌓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기존 프레임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규모의 산업 변화를 정책 시스템이 얼마나 유연하게 흡수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존 방식만으로는 대응 오차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김 실장은 “반도체 중심의 구조 변화가 실제로 진행 중이라면 재정 역시 과거 평균값에 묶인 사고에서 벗어나 좀 더 유연하고 넓은 시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