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비 침체와 원가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K푸드·K뷰티 기업들이 해외 시장을 앞세워 올해 1분기 실적 반등에 성공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동남아를 중심으로 글로벌 수요가 확대되면서 해외 사업 비중이 빠르게 커지고 있고, 일부 기업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까지 갈아치웠다.
대표적인 곳은 K뷰티 기업들이다.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 한국콜마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7280억 원(전년 동기 대비 11.5%), 영업이익 789억 원(31.6%)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돌았다.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인디 브랜드들의 수출 물량이 늘어난 데다, 여름 시즌을 앞두고 선케어·스킨케어 주문이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에이피알은 한층 더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올해 1분기 매출은 5934억 원, 영업이익은 1523억 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23%, 173% 급증했다. 특히 해외 매출 비중이 89%까지 확대되며 사실상 글로벌 기업 수준의 사업 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다. 북미 시장에서 메디큐브 브랜드가 아마존 뷰티 카테고리 1위에 오른 데 이어, 최근에는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 유통망 확대 효과까지 본격 반영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K뷰티 성장 축이 미국을 넘어 유럽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식품업계 역시 해외 사업이 실적을 떠받쳤다. 롯데웰푸드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35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8.4% 증가했다. 인도와 카자흐스탄 법인이 성장세를 이어간 데다 미국·중국 수출 확대 효과가 더해졌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 비중은 32%까지 높아졌다. 회사는 국내에서는 프리미엄 제품과 트렌드형 신제품 중심으로 대응하고, 해외에서는 현지 법인 효율화와 브랜드 확장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KT&G도 해외 담배 사업 호조에 힘입어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냈다.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364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7% 증가했다. 특히 해외 궐련 사업 매출은 5596억 원으로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56.1% 급증했다. 아시아태평양·유라시아 지역에서 판매량이 고르게 늘어난 가운데 전략적 가격 인상과 비용 효율화 효과가 겹쳤다. 회사는 향후 전자담배(NGP) 사업까지 해외 직접 진출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동원산업 역시 포장재·물류·식자재 유통 등 B2B 사업 성장에 힘입어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46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7.1% 증가했다. 수산·식품 부문은 환율과 원재료 부담으로 수익성이 둔화했지만, 동원홈푸드·동원시스템즈·동원로엑스 등 비식품 계열사들이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며 실적을 방어했다.
오리온 역시 해외 사업 확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교보증권은 오리온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웃돌 것으로 전망하며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중국에서는 춘절 특수와 간식점·이커머스 채널 판매 확대가 이어졌고, 러시아는 공급 부족 상황 속에서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베트남 역시 대형마트 중심으로 유통망 확대가 진행 중이다.
이처럼 주요 소비재 기업들이 일제히 해외에서 성과를 내는 배경에는 K콘텐츠 확산과 현지 유통망 강화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K팝·드라마를 기반으로 한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가운데, 기업들은 현지 맞춤형 제품과 온라인 플랫폼, 오프라인 유통망 확대를 동시에 확대하고 있다. 실제 에이피알은 미국 월마트·타깃·코스트코 입점을 확대하고 있고, 롯데웰푸드는 인도 법인 통합을 통해 현지 판매망 효율화를 강화하고 있다.
반면 내수 시장은 여전히 부담 요인이다. 소비 둔화와 고물가, 환율 상승, 원재료 가격 변동성 등이 이어지면서 기업들은 수익성 중심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저수익 제품군 정리와 물류 효율화, 프리미엄 제품 강화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내수만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가 되면서 해외 시장 확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며 “특히 미국·유럽 시장에서 K브랜드 인지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어 글로벌 사업 경쟁력이 기업 가치의 핵심 지표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