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꿈의 7000피’ 시대를 열며 ‘불장’을 이어가자 시중 자금이 요동치고 있다. 은행 예금과 가상화폐 시장에서 빠져나온 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예금 깨고 코스피로”…시중 자금 대이동
6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최근 국내 증시 활황 속에서 예금·가상화폐 자금이 줄고 증시 대기 자금은 빠르게 늘어나는 흐름이 확인됐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1억원 초과 5억원 이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140조611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말 149조5020억원까지 늘었다가 6개월 만에 약 8조9000억원 가량 줄었다.
계좌 수도 줄었다. 1억원 초과 5억원 이하 정기예금 계좌는 지난해 상반기 말 69만4000좌에서 연말 66만2000좌로 감소했다.
소액 예금 감소세는 더 뚜렷했다. 1억원 이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상반기 308조3330억원에서 연말 299조7090억원으로 약 8조6000억원 줄었다. 계좌 수도 2162만9000좌로 201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코인 식고 증시 뜨고…투자 판도 바뀌나
가상화폐 시장도 비슷한 흐름이다. 한국은행이 5일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국내 가상자산 보유금액은 60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약 121조8000억원까지 불어났다가 두 달 만에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거래 규모도 크게 줄었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지난해 12월 17조1000억원까지 치솟았지만 올해 2월 말에는 4조5000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원화 예치금 역시 같은 기간 10조7000억원에서 7조8000억원으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최근 코스피 급등과 가상화폐 가격 약세가 동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 활황으로 투자 자금이 이동한 데다 가상화폐 가격 하락 영향도 컸다”고 설명했다.
실제 투자자 예탁금은 급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해 말 87조8291억원에서 지난달 말 124조7591억원으로 늘었다. 4개월 만에 약 36조9300억원 증가한 규모다.
“예금으로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분석도
다만 은행권에서는 ‘머니 무브’가 일방향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올해 1분기 말 평균 예대율은 96.0%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예대율 하락은 예금 증가 속도가 대출 증가보다 더 빨랐다는 의미다. 실제 5대 은행의 원화 예수금은 지난해 1분기 말 1668조원에서 올해 1분기 말 1765조원으로 약 97조원 증가했다. 반면 대출은 같은 기간 약 67조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증시 활황으로 자금 이탈 우려가 있었지만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도 함께 커졌다”며 “주식시장으로 이동했던 자금 일부가 다시 예금으로 돌아오는 흐름도 나타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반도체 관련 기업 자금과 법인 예금 유입도 이어지고 있다”며 “증시 상승에도 예금 기반이 급격히 흔들리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