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위한 여행, 이른바 ‘런트립(run trip)’이 여행 업계의 새로운 주력 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기존에 여행객들이 잘 찾지 않던 지역도 달리기와 결합할 경우 상품 가치가 있다고 판단할 정도로 수요가 큰 상황이다. 호텔 업계도 국내 ‘런케이션(run+vacation)’ 수요를 겨냥해 자체 행사를 열거나 패키지 상품을 내놓고 있다.
5일 하나투어에 따르면 올 들어 하나투어가 내놓은 런트립 상품의 예약 인원수는 지난해 전체 예약보다 60% 더 많다. 아직 올해가 절반도 지나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지난해 대비 올해 런트립 성장률이 2배에 달할 가능성도 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러닝 열기는 몇 년 전부터 달아올랐지만 여행과 결합한 런트립의 인기는 지난해부터 본격화하기 시작했다”며 “올해 성장세를 고려하면 런트립은 추후 골프 여행과 같이 하나의 여행 장르로 완전히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하나투어는 올해 상품 수도 지난해보다 약 2배 늘려 연간 10개 이상의 런트립을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도쿄·다카마쓰·코타키나발루 지역을 대상으로 런트립을 결합한 상품을 판매 중이다.
여행 업계가 선보이는 런트립은 크게 두 갈래다. 해외 마라톤 대회 참가 신청과 숙박·여행을 연계한 마라톤 상품, 그리고 일정 중 러닝이 포함된 ‘시티런’ 상품이다. 하나투어의 대표 시티런 상품인 도쿄 3일 밍글링 펀러닝은 도쿄 러너들의 성지인 황거(고쿄) 일대 5㎞ 구간을 달리며 마루노우치와 오테마치 등 주요 명소를 감상하는 일정을 포함하고 있다.
‘2026 알마티 마라톤 5일’ 상품은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리는 마라톤 하프 코스 참가권이 기본 포함돼 있어 별도 신청 없이 대회 출전이 가능한 상품이다. 마라톤 일정 후에는 카자흐스탄의 이식호수(Issyk Lake)와 만년설로 유명한 침블락(Shymbulak)을 둘러보는 시내 투어 일정이 포함돼 있다.
모두투어도 지난해보다 2~3배 정도 더 많은 런트립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제주도·일본·괌 마라톤 대회를 연계한 상품과 방콕·푸꾸옥 시티런 등이다. 노랑풍선도 사이판 마라톤 대회는 물론 괌, 필리핀 보홀 등에서 달리기와 관광·미식을 결합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호텔 업계도 러너들 잡기에 나섰다. 웨스틴조선부산은 호텔이 있는 해운대가 부산에서 손꼽히는 러닝 코스라는 점을 활용해 지난달 ‘웨스틴 웰니스’ 패키지 상품을 내놓았다. 이 가운데 ‘액티브 스테이’는 패키지 한정판으로 제작된 ‘런 웨스틴’ 티셔츠를 증정해 러닝복을 챙겨오지 않아도 달리기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호텔 컨시어지에서는 해운대 광장, 미포항, 동백공원, 누리마루 APEC을 지나 호텔로 돌아오는 약 4㎞ 코스를 담은 ‘웨스틴 맵’을 제공한다.
그랜드조선제주도 ‘레디, 셋 웰니스’ 패키지를 통해 스마트워치 브랜드 ‘가민’을 대여해 투숙객들이 러닝을 하며 심박수·스트레스지수 등 생체 데이터를 체크할 수 있도록 했다. 러닝맵과 운동복 전용 세탁 세제 등을 제공하고 운동 후에는 디톡스 주스를 제공한다.
켄싱턴리조트설악밸리는 7월까지 러닝화·티셔츠를 무료로 빌려주는 ‘런 투게더’ 상품을 운영한다. 파라다이스호텔부산은 지난달 봄철 벚꽃 시즌에 맞춰 스포츠 브랜드와 협업해 달리기 대회와 연계한 런트립을 직접 진행했다.
최근에는 국내 러닝 문화를 즐기려는 외국인 수요가 늘면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런트립 상품도 등장했다. 외국인 대상 한국 체험 여행 플랫폼인 크리에이트립에는 서울 한강을 달리는 외국인 전용 상품이 판매 중이다.
업계에서는 러닝 인구의 증가 추세가 가파른 만큼 관련 여행 수요도 뒤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년 국민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주로 참여하는 체육 종목으로 달리기를 꼽은 응답자는 7.7%로 전년 4.8%에서 급증했다. 걷기와 보디빌딩·등산·요가·수영에 이은 인기 참여 종목으로 1년 만에 골프와 축구·자전거를 앞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