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정보기술(IT) 기술을 제공하는 국내 기업의 인도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빠른 경제성장 속도에 힘입어 자동차 생산량이 세계 3위 국가로 올라서면서 사업 기회가 열린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인도에서는 저비용 솔루션을 공급할 수 있는 기업들이 시장을 선점할 것이란 분석이다.
5일 IT 업계에 따르면 차량용 인공지능(AI) 솔루션 기업 스트라드비젼은 인도 첸나이 지역에 현지 사무소를 세우기로 했다. 향후 사업 확대에 따라 현지 법인을 세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스트라드비젼은 차량 주변 행인이나 사물 등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AI 기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앞서 미국, 일본에 진출한 데 이어 자동차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인도를 공략하고 있다. 김준 스트라드비젼 경영관리그룹장은 “인도는 기회의 땅”이라며 “과거 중국이 경제적으로 부흥한 초기 시점과 현재 인도의 경제 성장 단계가 비슷하다고 판단해 선제적으로 진출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도에서 자율주행 2단계에 해당하는 지능형 안전 기술인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규제 시행이 예정되면서 스트라드비젼은 실적 확대 기회를 잡게 됐다. 실제로 올해 3월 세계 3위이자 인도 2위의 트럭 제조 업체와 AI 기반 객체 인식 솔루션의 수주 계약을 맺었다. 인도 정부는 내년부터 모든 트럭과 버스 등 상용차에 ADAS 탑재를 의무화한다. 김 그룹장은 “연간 15만대 트럭에 스트라드비젼 솔루션이 적용되는 것이 목표”라며 “동종 업계 기술 대비 20% 이상 저렴한 데다 저전력 솔루션이어서 인도 시장 선점에 유리할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 뿐 아니다. 차량용 반도체 기업 텔레칩스는 인도 이륜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오토바이 전용 칩을 개발 중이며 내년 고객사 검증을 거쳐 양산을 추진할 방침이다. 인도와 동남아 지역에서 디스플레이 등 성능이 개선된 오토바이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도 커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자동차 관련 IT 솔루션을 제공하는 국내 기업의 인도 진출은 잇따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해외 경제정보업체 CEIC에 따르면 인도의 연간 자동차 생산량은 2022년 546만대에서 2025년 649만대로 3년 만에 약 20% 증가했다.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다. 이륜차 연간 생산량은 2400만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과 주요 부품사들이 일찍이 인도 시장을 선점한 데 이어 차량용 IT 분야에서도 국내 기업의 기회가 열리는 상황”이라며 “인도에선 범용 소프트웨어 시장이 이미 발달한 만큼 특정 산업에서 저비용 IT 기술을 공급할 수 있는 업체가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인도 사업 성패가 해외 진출 지원책에 달려 있다고 봤다. 이와 관련해 한국과 인도는 지난달 열린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소기업 협력 업무협약(MOU)’을 개정해 국내 중소기업의 인도 진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소프트웨어 업체의 한 관계자는 “올해부터 짧게는 3년, 최대 5년이 인도에서 승부를 낼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며 “먼저 깃발을 꼽는 회사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이번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책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