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동성 지표가 빠르게 악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유동자산은 1221억 원으로 같은 해 6월 말(1356억 원)보다 감소한 반면 유동부채는 600억 원가량 급증했다. 단기 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유동비율도 반년 만에 10%포인트 이상 급락해 31%대까지 떨어졌고 지난달에는 현금 흐름을 대출 상환에 우선 사용하는 캐시트랩(자금동결)을 공시하기도 했다. 위험신호가 꾸준히 나왔던 셈이다.
업계에서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기업회생절차 신청 전후로 금융 당국의 대처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제이알글로벌리츠의 소액주주는 2만 8000명에 달한다. 금융 당국이 부동산 시장 전반과 자금 흐름을 평소에 모니터링하고 있는 만큼 보다 능동적인 대응이 있었으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리츠의 주무 부처가 국토교통부인 만큼 금융 당국이 끼어들 수 있는 룸이 사실상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새마을금고의 사례에서 보듯 부처 간 칸막이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무역보증보험공사, 교직원·행정·군인 등 주요 공제회에 대한 금융 당국의 공동검사권은 있지만 부처 간 칸막이로 실효성 있게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현재 무역보험공사와 각종 공제회는 법률상 금융기관이 아니라서 금융 당국의 직접적인 감독을 받지 않고 각 소관 부처별로 관리·감독이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무역보증보험공사는 산업통상부, 한국교직원공제회는 교육부, 군인공제회는 국방부의 감독을 받는다.
2020년 정부와 국회는 보험업법을 개정해 금융 당국이 중앙행정기관장과 협의를 거쳐 공제업에 대한 공동 검사에 나설 수 있다는 근거 규정을 새로 마련했다.
개별 법률안에도 주무 부처의 장관이 요청할 경우 금감원이 검사에 나설 수 있는 조항이 구비돼 있다. 현행 무역보험법만 해도 산업부 장관은 필요시 공사의 업무와 회계·재산에 관한 사항을 보고하게 하거나 업무와 재산 상황에 대한 검사를 할 수 있으며 이 업무를 금감원장에게 요청할 수 있게 돼 있다. 경비업법과 자동차관리법·골재채취법 등에도 같은 취지의 내용이 들어가 있다.
다만 실제 공동 검사는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금융 당국 관계자는 “각 소관 부처가 요청할 경우 금융 당국이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검사를 나갈 수 있다”며 “하지만 각 주무 부처들이 자체적으로 감독을 하려는 경향이 강해 협의 요청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험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공제회의 경우 금융 당국의 감독에서 벗어나 있어 효율성과 소비자 보호 수준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주요 공제회의 경우 자산 규모가 수조 원에 달해 부실화 시 시장 전반에 끼칠 파장이 작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교직원공제회 자산은 85조 9000억 원, 군인공제회는 24조 5000억 원, 경찰공제회는 7조 6000억 원에 달한다.
실제 주요 공제회들은 매년 국정감사와 감사원의 정기 감사 때마다 부실 투자, 내부통제 미비 등의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해 감사원은 교직원공제회가 2018년 미국 시카고 오피스 담보 대출 후순위 채권에 3500만 달러를 투자해 6년 만에 전액 손실 처리한 사건, 건설근로자공제회의 투자 담당 본부장이 청탁을 받고 공제회 기금을 투자한 뒤 수억 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사실 등을 적발한 바 있다.
일부 공제회들은 법령상 부실 발생 시 정부 재정이 투입될 여지도 있어 건전성 감독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는 얘기도 있다. 경찰공제회·군인공제회·소방공제회 등은 각 설치 근거법에 의해 국가로부터 보조금을 수령할 수 있고 교직원공제회는 사업에서 생긴 결손을 정부가 보조하도록 규정돼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규모 공제회도 적지 않은 만큼 금융 당국이 이에 대한 검사 기능을 확대하기 위해 제도 정비는 물론 인력 확충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