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 가입 기간에 교통사고를 당한 뒤 보험 만기가 지난 후 사망한 경우에도 교통재해 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보험약관의 의미가 객관적으로 명확하지 않다면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이른바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봤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최근 A씨가 신한생명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2003년 4월 신한생명과 남편 B 씨를 피보험자로 해서 2023년 4월 16일까지를 보험기간으로 하는 사망보험 계약을 체결했다. B 씨는 보험 기간이 종료되기 약 3개월 전인 2023년 1월 11일 도로에서 자동차에 치이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후 병원 중환자실 등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증세가 악화되며 보험기간 종료 이후인 2023년 6월 20일 급성신손상으로 인한 전해질불균형으로 끝내 숨졌다.
배우자인 A 씨는 보험기간 중 발생한 사고가 직접적 원인이 돼 사망했으므로 보험금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신한생명은 사망 시점이 보험기간 종료 이후라는 이유를 들어 지급을 거절했다. A 씨는 이에 보험 교통재해 사망보험금 2500만 원과 특약 사망보험금 1000만 원 등 총 35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핵심 쟁점은 보험약관에 명시된 ‘보험기간 중 교통재해로 인해 사망하였을 때’라는 문구의 해석이었다. ‘보험기간 중’이라는 전제조건이 ‘교통재해 발생 시점’만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사망 시점’까지 포함해야 하는지 여부였다.
1심 재판부는 보험사가 A 씨에게 3500만 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약관 조항이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고 그 뜻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보험기간 이후에 사망했다고 하더라도 ‘보험기간 내 교통재해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보험금 지급 의무를 인정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보험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2심은 교통재해 발생과 사망은 별개의 보험사고이며 보험기간 종료 후 사망한 것은 약관 조항에 따른 지급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A 씨의 주장대로 해석하면 가벼운 교통재해 발생 후 보험 만기가 한참 지난 시점에 사망하더라도 보험사가 사망보험금을 무한정 책임지게 될 우려가 있어 불합리하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의 판결을 뒤집었다. 유족의 청구가 타당하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 약관조항의 ‘보험기간 중’이라는 문구가 ‘사망했을 때’를 수식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객관성과 합리성을 갖지만 ‘교통재해’만을 수식하는 것으로 봐 만기 후 사망하더라도 지급 사유라고 해석하는 것 역시 충분히 가능하고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약관 조항의 뜻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5조가 규정하는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에 따라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보험기간 중 교통재해가 발생했을 것만을 요구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사망 등 결과의 직접적인 원인을 보험기간 중 발생한 교통재해로 한정함으로써 보험회사가 보험기간 종료 후 상당 기간 보험금 지급 의무를 부담해야 하는 불합리함은 해소될 수 있다”며 “(B 씨의 경우) 보험기간 중에 발생한 사고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사망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