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의 대규모 파업 예고와 이를 둘러싼 노노(勞勞) 갈등이 동시에 불거지며 올 한 해 노동 현안이 복합적으로 얽혀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과도한 요구’ 경고 발언을 삼성전자 노조가 LG유플러스 노조에 떠넘기면서 두 노조 간 공개 충돌로 번졌고,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원·하청 갈등까지 가세해 노동 현장의 긴장감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의 최승호 위원장은 최근 조합원 커뮤니티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이 삼성전자 노조를 겨냥한 것이냐는 물음에 “LG유플러스 보고 하는 이야기”라고 답한 것으로 1일 업계에 전해졌다. 최 위원장은 LG유플러스 노조가 영업이익의 30% 성과급을 요구한 사례를 언급하며 “저희처럼 납득 가능한 수준(15%)으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앞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일부 조직 노동자들이 자신만 살겠다고 과도하거나 부당한 요구를 해 국민에게 지탄을 받게 된다면 해당 노조뿐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피해를 준다”고 밝혔다.
특정 기업을 지목하지 않았으나, 삼성전자 노조 파업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진 시점과 맞물려 사실상 삼성전자 노조를 향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응답자 69%가 삼성전자 파업에 대해 “무리한 요구 및 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로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최 위원장의 발언에 LG유플러스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공공운수노조 민주유플러스지부는 이날 “삼성전자 노조위원장이 대통령의 발언이 LG유플러스 노조를 향한 것이라는 취지의 언급을 한 데 강한 유감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서로의 요구를 악마화하는 것은 자본과 권력이 원하는 노노 갈등 프레임에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삼성전자 노조에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두 노조의 요구 수준을 단순 비교하면 차이는 분명하다. LG유플러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약 8900억 원)과 임직원 수(약 9800명)를 기준으로 하면 30% 성과급은 1인당 약 2700만 원 수준이다. 반면 삼성전자 노조 요구대로 영업이익의 15%를 반도체 부문 임직원에게 배분할 경우 1인당 6억 원에 가까운 규모가 된다. 삼성전자가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하면 단순 비율 비교로 요구의 합리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원·하청 갈등도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청주사업장 물류 담당 하청업체 노조는 최근 원청과의 직접 교섭을 요구하며 “원청 직원은 수억 원대 성과급을 받는 반면 하청 노동자는 수백만 원 수준에 그쳤다”고 주장했다.
이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3조 개정안) 시행 이후 전방위로 확산 중인 현상이다. 고용노동부가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법 시행 후 지난달 29일까지 약 한 달간 하청 노조 1,091곳이 원청기업 403곳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