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창업 생태계가 이른바 ‘죽음의 계곡(데스밸리)’을 넘어 자본시장으로 직행하는 흐름을 본격화하고 있다. 기술력과 수익성을 입증한 지역 기반 창업기업들의 잇따른 기업공개(IPO) 성공 사례가 늘면서 수도권 중심의 투자·상장 구조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는 분위기다. 여기에 부산시와 창업 지원 기관의 전주기 지원이 맞물리며 ‘지역 성장-상장’으로 이어지는 생태계 역시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부산시와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등에 따르면 현재 지역 기반 창업기업 30여 곳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산업군도 시니어 케어, 물류 테크, 전자상거래, 바이오 등으로 확장되며 IPO 저변이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특히 투자 유치 이후 본사를 수도권으로 이전하던 과거와 달리 지역에 잔류한 채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지역 창업기업도 독자적으로 성장해 자본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경로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케어닥’이다. 부산에서 출발해 수익성과 규모를 동시에 확보한 뒤 IPO에 나선 대표적인 ‘지역 성장-상장’ 모델이다. 시니어하우징, 돌봄 매칭, 간병·방문요양을 아우르는 ‘토털 케어’ 구조를 구축했으며 누적 거래액 3000억 원, 월 1만 명 이상 서비스 제공이라는 성과를 냈다. 최근 한국투자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고 상장 절차에 착수했으며 프리IPO 단계에서 200억 원 이상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이다. 안정적인 수익 구조와 확장성을 기반으로 국내 시니어 케어 업계 최초 IPO에 도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기술 기반 기업들도 같은 경로를 밟고 있다. ‘로커스코리아’는 AI 기반 물류 운영체제(OS) ‘인디션’을 중심으로 연평균 158%의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향후 휴머노이드 로봇 연동까지 염두에 둔 기술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이러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2029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소셜빈’(2026년 하반기), ‘메드파크’(2027년 상반기) 등 다양한 산업군의 기업들이 IPO 대기열에 올라 있으며 향후 2~3년간 ‘부산발 상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수익성 기반 성장’이다. 여행짐·특송 플랫폼 ‘짐캐리’는 머신러닝 기반 배차 알고리즘과 수요 예측 시스템으로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며 추가적인 마케팅 비용 없이도 고객 기반을 확대했다. 공항과 KTX 거점을 중심으로 한 확장 전략을 통해 자연스럽게 시장 지배력을 높였고 이는 제품시장적합성(PMF)을 입증한 사례로 평가된다. 단순한 외형 성장에 그치지 않고 수익성과 확장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점에서 IPO 시장이 요구하는 기준에도 부합한다.
결국 부산 창업기업들의 연이은 상장 도전은 기업의 기술력과 지자체의 지원 체계가 맞물린 결과다. 과거의 지원이 생존을 돕는 데 그쳤다면 현재는 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자본시장 진입을 가능하게 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부산시는 예산 확대와 규제 완화를 통해 상장 기반을 강화하고 있으며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와 부산기술창업투자원의 밀착형 보육 시스템은 창업기업이 데스밸리를 넘어 IPO에 도달하는 핵심 경로로 작동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가 안착될 경우 ‘지역에서 성장해 상장하는 모델’은 일시적 현상을 넘어 하나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부산시 관계자는 “기업의 혁신 의지가 정책적 지원과 결합될 때 상장이라는 성과로 이어진다”며 “부산발 IPO 흐름이 지역 경제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