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투기적 비거주 1주택자를 판단할 때 자가 주택의 가격과 지역 등을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예를 들어 비수도권에 집이 있고 서울 강남에 전세를 사는 것보다 강남에 고가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강남 3구에 전세를 갖고 있으면 더 투기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27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비거주 1주택자의 투기 여부를 판단할 때 보유 주택의 성격도 함께 고려하는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투기성 1주택 여부를 결정할 때 ‘이 사람이 어느 지역에 집을 샀느냐’도 개념적으로는 중요하다”며 “투기성 1주택자의 전세뿐 아니라 실제 소유하고 있는 집도 고려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금융 당국은 투기성 1주택자 규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투기성 1주택자의 정의부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비거주 1주택자 중에는 직장과 봉양·교육 같은 목적으로 부득이하게 내 집을 세주고 나와서 거주하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 중에서 상당수는 전세대출을 쓰고 있다. 각각의 처지와 상황이 워낙 달라서 건별로 투기성을 따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규제가 난수표처럼 복잡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국이 비거주 1주택자의 투기성을 판단할 때 내 집의 지역과 가격 등을 고민하겠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세 물건 대신 실제 보유하고 있는 주택을 토대로 투기성 여부를 판단하게 되면 규제 대상을 좁히기가 보다 쉬워질 수 있다. 금융계의 관계자는 “똑같이 강남 3구에 전세대출을 끼고 들어갔다고 해도 대구·경북 지역에 실제 주택을 두고 있는 경우와 강남에 아파트를 이미 소유하고 있는 차주의 성격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방식이 투기 수요를 발라내는 데 보다 적합할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금융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주택금융공사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정책금융기관의 대출보증을 누구에게 공급해야 하느냐가 근본적인 문제”라며 “1차로 고가 주택을 보유한 사람은 정책금융기관의 대출보증을 제한하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정부는 주금공이나 HUG가 전세대출 보증을 급격히 늘린 것이 집값 상승에 일조했다고 보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비거주 1주택자의 유동성을 회수할 때는 지방의 저가 주택 소유자보다 고가 아파트를 갖고 있는 이들이 1차 타깃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전세대출보증은 자산가보다 서민과 중산층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3대 보증기관(주금공·HUG·SGI서울보증)이 지난해 1주택자에게 제공한 전세대출 보증액은 약 13조 9000억 원이다.
변수는 데이터다. 금융 당국과 은행권이 보유한 데이터만으로 비거주 1주택자가 소유한 주택의 특성을 일일이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계 안팎에서는 시중은행은 물론이고 국토교통부·국세청을 비롯한 유관 부처와 함께 데이터를 솎아내는 작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투기성 1주택자를 정의하는 작업이 이뤄진 뒤에야 구체적인 규제 방법론이 정해질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금융 당국은 이와 관련해 전세대출보증 제한이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대상 확대, 신용대출 규제 강화와 같은 방안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금융사의 고위 관계자는 “6·3 지방선거 이후 투기성 1주택자와 관련한 대출 규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상당 부분 강화했던 만큼 올해는 전세대출 부문에서 당국이 고삐를 쥘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