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오프라인 유통기업인 미국 월마트가 매장 창고 여유공간을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입점 업체를 위한 재고 거점으로 활용하는 실험에 착수했다. 오프라인 매장이 갖는 풀필먼트 센터 기능을 외부 업체의 물류창고 역할로 확장해 아마존의 배송 경쟁력에 도전하는 전략이다. 한국에서 대형마트들이 심야 영업 제한 등 규제로 인해 도심 매장을 물류 인프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과 대조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월마트는 최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일부 매장 내 여유공간(back room)에 외부 셀러의 상품을 입고해 당일 배송하는 서비스의 시범 운영에 돌입했다. 월마트 마켓플레이스는 월마트가 직접 매입·보유한 자사 상품 외에도 외부 셀러들이 입점해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중개 플랫폼이다. 그동안 월마트는 매장을 풀필먼트 센터 삼아 온라인 주문에 대한 배송 거점으로 활용했지만, 자체 매입 상품이 대부분이었다. 이번 시범 운영은 최근 수년간 물류창고 자동화로 매장별 재고 운영체계가 발전하면서 여유 공간이 커지자 월마트가 자체 매입 상품 외 외부 셀러의 제품까지 매장에서 출고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다.
이번 실험은 자사 상품과 외부 셀러 상품 사이의 배송 속도 격차 축소를 겨냥하고 있다. 현재 월마트 매장에서 발송하는 제품의 경우, e커머스 주문의 3분의 1 이상이 당일 3시간 내에 배달된다. 그러나 이는 월마트가 직접 보유한 자사 상품에 한정된 얘기다. 외부 셀러 상품은 매장 외에 월마트가 소유한 별도 물류창고에 보관되는데 배송까지 통상 1~2일이 걸린다. 만약 판매자가 직접 발송하는 경우엔 그보다 더 느리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같은 월마트 앱에서 주문해도 월마트 자사 상품인지, 외부 셀러 상품인지에 따라 배송 속도가 크게 달라지는 셈이다. 외부 셀러 상품을 소비자 집 근처 매장 백룸에 미리 쌓아두면 이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실험의 핵심이다.
월마트는 이 같은 매장 활용이 확산되면 아마존과의 배송 경쟁력 차이를 좁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내 월마트 마켓플레이스 매출은 140억 달러(약 20조 원)로 아마존 마켓플레이스 3330억 달러(약 485조 원)에 크게 못 미친다. 월마트의 미국 마켓플레이스·풀필먼트서비스 담당인 마니쉬 조네자 수석부사장은 “마켓플레이스 상품 일부를 이미 익숙한 픽업·배송 서비스로 제공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이번 시범 운영에서 확보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 같은 매장 운영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월마트가 오프라인 자산을 온라인과 통합하며 경쟁력을 확대하는 실험에 나서는 반면, 한국의 대형마트들은 규제의 벽에 막혀 같은 전략을 구사하기 어려운 처지다. 매장 발송·배송 서비스는 유통산업발전법상 의무휴업일과 영업시간 제한 규제를 그대로 적용받는다. 즉 영업 시간 이후에는 판매 뿐 아니라 상품 출고 등도 할 수 없다. 그나마 영업 시간인 낮으로 한정하더라도 한 달에 두 번 문을 닫아야 해 연속적인 서비스가 불가능한 구조다. 전국 수백개의 마트 지점이 각각 도심 물류센터의 역할을 할 수 있음에도 규제 때문에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셈이다.
청와대·정부·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월 8일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고위 협의회를 열고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추진을 공식화했지만 이후 논의는 제자리 걸음하고 있다. 소상공인 단체의 거센 반발 속에 여당이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소상공인 측은 새벽배송에 신선식품까지 포함될 경우 골목상권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규제 완화 대상에서 신선식품을 빼면 규제 완화의 실효성이 없다고 맞선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 완화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지방선거 국면에 들어서면서 결정을 미루는 것으로 보인다”며 “관련 규제가 조속히 완화돼야 국내 유통산업 발전과 소비자 편익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CU 파업 사태가 폭로한 물류의 민낯
대형마트 新배송 전쟁 [AI PRIS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