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기에 제주도 가면 숙소만 50만원”
“관광객이면 해산물 가격 폭등”
“그러니 국내여행 갈 바엔 일본 가지”
“국내여행은 비싸다”는 인식과 달리, 실제 데이터는 한국 관광이 글로벌 주요 도시 대비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바가지 논란’이 만든 왜곡된 이미지 속에서, 오히려 지금이 한국이 아시아 관광 중심지로 도약할 기회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바가지 심하다며?”…글로벌 비교서 드러난 경쟁력
야놀자리서치가 23일 발표한 ‘국제 비교를 통한 한국 관광도시의 가격 경쟁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과 부산의 숙박, 교통, 외식 비용은 주요 글로벌 도시 대비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일부 ‘바가지 사례’가 전체 시장을 대표하는 것처럼 소비되는 현상이 실제와 인식 간 괴리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숙박비부터 차이가 뚜렷하다. 서울의 평균 숙박비는 89.9달러로 뉴욕(419.4달러)의 약 20% 수준에 불과하다. 파리(332.7달러), 로마(257.4달러) 등 유럽 주요 도시와 비교해도 큰 격차가 난다. 아시아 주요 도시와 비교해도 경쟁력은 분명하다. 도쿄(140.5달러), 싱가포르(127.8달러)보다 30% 이상 저렴해 가격 측면에서 충분한 매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교통비는 한국 관광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꼽힌다. 보고서는 이를 ‘관광객의 동맥을 흐르게 하는 인프라’로 표현했다. 이동 비용이 낮을수록 관광객의 동선이 넓어지고, 이는 쇼핑·외식·체험 등 추가 소비로 이어지는 ‘경제적 승수 효과’를 만든다는 설명이다. 실제 데이터에서도 이러한 강점은 명확하게 드러난다. 서울의 10km 기준 택시요금은 8.65달러, 부산은 10.05달러로 런던(39.03달러), 베를린(36.53달러)의 4분의 1 수준이다. 도쿄(34.65달러)와 비교해도 절반 이하 수준이다.
대중교통 요금 역시 경쟁력이 높다. 서울(1.05달러), 부산(1.01달러)의 지하철·버스 요금은 도쿄(1.32달러), 홍콩(1.44달러)보다 낮고, 서구권 도시들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여기에 청결도, 정시성, 다국어 안내, 무료 와이파이 등 서비스 품질까지 감안하면 가격 대비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다. 최근 고정밀 지도 데이터 개방으로 구글맵 활용성이 개선되면 외국인 관광객의 이동 편의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외식 물가 역시 흥미로운 구조를 보인다. 서울의 1인 식사 비용은 8.79달러로 런던(26.80달러), 뉴욕(25달러)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절대적인 가격 기준에서는 확실한 경쟁력을 갖춘 셈이다. 특히 원화 약세까지 더해지면서 미주·유럽 관광객 입장에서는 한국에서의 외식이 더욱 저렴하게 체감된다. 한우 구이나 한식 코스 요리조차 본국 대비 훨씬 낮은 비용으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시아 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중상위권에 위치한다. 도쿄(7.57달러), 홍콩(7.66달러)보다 다소 높고, 타이베이(5.04달러), 상하이(4.39달러), 하노이(2.09달러) 등과는 격차가 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비가격 경쟁력’이다. 한국 특유의 반찬 제공, 무료 식수, 팁·봉사료가 없는 구조는 표면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 추가 가치다. 서구권에서는 식사비의 15~20%를 팁으로 지불하는 것이 일반적인 점을 고려하면 실제 체감 비용은 훨씬 낮다는 의미다.
일본 ‘이중가격’ 틈새 공략…K관광 도약의 골든타임
보고서는 이러한 요소를 ‘총체적 소비 비용(Total Cost of Dining Experience)’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 가격 비교가 아니라 전체 경험 비용을 기준으로 보면 한국 외식은 여전히 경쟁력이 높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구조적 강점이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성수기 관광지나 특정 업장에서 발생한 과도한 요금 사례가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며 ‘한국은 비싸다’는 이미지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이는 외국인뿐 아니라 내국인 소비에도 영향을 미치며 국내 관광 수요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최근 일본이 외국인 대상 이중가격제(차별 요금)를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한국 관광에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관광 수요가 높은 상황에서 오히려 가격 장벽을 높이는 전략을 택한 일본과 달리, 한국은 이미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일본이 외국인에게 차별적 요금을 물리며 진입 장벽을 높이고 있는 지금이, 대한민국 이 아시아 관광의 대국으로 도약할 적기”라고 언급했다.
장수청 야놀자리서치 원장은 “객관적으로 입증된 가격 경쟁력을 외국인에게는 적극적인 마케팅 자산으로 활용하고, 내국인에게는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