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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경제·통화 투톱, 사흘 만에 회동…정책 공조 주목

21.04.2026 1분 읽기

우리나라 경제·통화정책의 ‘투톱’인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전격 회동한다. 신 총재가 취임한 지 사흘 만에 상견례를 갖는 것으로 역대 최단기간 만의 만남이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재확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재정과 통화정책 수장의 첫 만남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1일 관가에 따르면 구 경제부총리는 23일 서울 모처에서 신 총재와 만나 국내외 거시경제 전반에 대해 의견을 나눌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회동은 구 부총리가 신 총재의 취임을 축하하는 성격의 자리로 역대 부총리와 한은 총재 간 회동 중 가장 이른 시점에 이뤄진다. 기존에는 이주열 당시 한은 총재가 김동연 부총리 취임 나흘 만인 2017년 6월 13일 회동한 사례가 가장 빨랐다.

역대 정부마다 온도 차가 있기는 했지만 대체로 긴장관계에 놓여 있던 두 기관 수장이 속전속결로 만남을 추진한 것은 그만큼 국내외 경제 상황이 어렵기 때문이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국내 물가도 석유류를 중심으로 다시 들썩이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에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월 중간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7%로 0.4%포인트 낮췄다. 씨티(2.2%)와 바클레이스(2.1%) 등 해외 투자은행(IB)들도 기존 전망보다 0.1~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물가도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를 통해 기름값을 억제하고 있지만 3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2.2% 상승하며 4개월 만에 반등했다. 물가는 지난해 10월 이후 2% 안팎에서 움직이다가 올해 1·2월 두 달 연속 2.0%로 안정세를 보였지만 중동 사태가 반영되기 시작한 3월 다시 높아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번 회동은 재정·통화 수장이 경기와 물가 인식을 조율하고 정책 공조 의지를 재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국제결제은행(BIS)에서 인플레이션 억제를 주장해온 신 총재는 시장에서 ‘실용적 매파’로 분류돼 왔다. 3월 말 총재 지명 이후에는 “매파·비둘기파로 나누는 이분법적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유연한 통화정책을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향후 금리 인상을 둘러싸고 재정 당국과 긴장 관계가 형성될 것이라는 시각을 거두지 않고 있다.

강태수 KAIST 금융전문대학원 초빙교수는 “최근과 같은 불확실성 국면에서는 정책 당국 간 공조 의지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시장 안정에 의미 있는 신호가 된다”며 “수장 간 만남 자체가 외환시장에 안정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두 수장의 관계를 아직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시경제 전반을 총괄하는 부총리는 경기와 고용을, 통화 당국 수장인 한은 총재는 물가 안정을 우선해야 하는 만큼 구조적으로 서로 상반된 목표를 조율해야 하는 관계다. 성장과 물가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양 기관 간 긴장 구도는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 과거에도 금리 인상을 놓고 양측 간 갈등이 드러난 적이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초에 불거진 ‘열석 발언권’ 논란이 대표적이다. 2010년 1월 허경욱 당시 기재부 1차관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발언권을 행사했다. 1999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정부 인사가 금통위에 참석했다. 당시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회복이 더딘 만큼 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반면 한은은 ‘금리 정상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맞섰다. 기재부 차관은 이후 2012년 말까지 3년간 30회 이상 금통위에 참석해 금리 인상 신중론을 폈다. 열석 발언권은 이후 한은 독립성 침해 논란 속에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구 부총리와 신 총재 간 조기 회동에 대해 “좋든 싫든 정부와 한은은 함께 갈 수밖에 없는 관계인 만큼 서로의 정책 스타일과 문제 인식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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