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찾은 경기 안양교도소는 1963년 문을 연 국내 최장수 교정시설이다. 전두환·이명박 전 대통령과 안희정 전 충남지사, ‘어금니 아빠’ 이영학, 오원춘 등도 이곳을 거쳐 갔다. 낡은 시설과 과밀 수용 문제로 악명이 높았던 안양교도소는 지금도 한국 교정 행정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서울경제신문을 비롯한 31개 매체 기자들도 이날 안양교도소 안으로 들어가 수형 생활 일부를 직접 체험했다. 기자를 포함한 17명이 배정받은 곳은 26.18㎡(약 7.9평) 규모의 수용실이었다. 정원은 9명이지만 평소에도 15~17명이 생활한다고 한다. 벽지에는 박스테이프가 어지럽게 붙어 있었고 낡은 공간은 한눈에 봐도 오래된 세월의 흔적을 드러냈다.
이 방에서 한 사람이 차지하는 공간은 1.54㎡(약 0.47평)에 불과했다. 누군가 몸을 돌리면 자연스레 다른 사람의 몸과 부딪혔다. 몸을 제대로 두지 못하니 마음도 쉽게 안정을 찾지 못했다. 사회에서는 가벼운 사과 한마디로 넘어갈 접촉이 이곳에서는 날카로운 자극으로 다가왔다. 점심시간에도 식판을 내 앞에 제대로 놓을 공간이 없어 비스듬히 놓고 밥을 먹어야 했다. 가장 평범한 식사조차 이곳에서는 ‘겨우 해내는 일’이 됐다. 잠을 자는 일은 더 고됐다. 15명이 한 방에 누우니 다리를 제대로 뻗기 어려웠고 몸을 뒤척일 때마다 옆 사람과 닿았다. 인간의 기본 욕구인 수면조차 온전히 충족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수감 생활을 통해 삶을 돌아본다는 교정의 취지는 이런 공간 앞에서 쉽게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었다.
조사·징벌방의 환경은 더 열악했다. 벽면은 수용자들이 남긴 글씨로 가득했고 창문 아래에는 곰팡이가 번져 있었다. 화장실 문을 열자 악취가 코를 찔렀다. 잘못을 바로잡는 ‘교정(矯正)’보다 인간의 마음을 더 구부러뜨릴 수 있는 공간처럼 느껴졌다.
과밀 수용의 악영향은 수용자에게만 그치지 않는다. 법무부의 ‘2024년 교정 공무원 정신건강 실태분석’에 따르면 교도관의 50.1%는 직무 스트레스 요인으로 ‘과밀 수용에 따른 과중한 업무량과 인력 부족’을 꼽았다. 좁은 공간에 더 많은 수용자가 몰리면서 갈등이 잦아지고 그 긴장을 교정 공무원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구조다. 윤창식 안양교도소장은 “수용실 밀도가 높아질수록 교정 현장에 투입되는 교도관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그만큼 교화도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안양교도소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국 교정시설의 수용률은 17일 기준 126.1%다. 정원 5만 614명 규모 시설에 실제로는 6만 3842명이 수용돼 있다. 과밀 수용에 따른 고통을 이유로 수용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2월까지 관련 소송은 329건 제기됐고 이 가운데 국가배상 책임이 일부 인정돼 최종 확정된 사건은 30건이다.
전문가들은 과밀 수용이 단지 인권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열악한 수용 환경은 교정·교화 기능을 약화시키고 결국 재범률을 높여 사회 전체 비용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수용복을 입고 일부 체험에 참여한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재범률을 낮추면 줄일 수 있는 사회적 비용이 수조 원에 이를 텐데 지금은 교정·교화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회 안전이 담보되지 않으면 경제성장 같은 성과도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결국 해법은 교정 환경 개선에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후 교도소의 리모델링과 신규 시설 확충이 필요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교도소를 혐오 시설로 인식해 신설이 쉽지 않다. 예산 편성 과정에서도 교정 부문이 후순위로 밀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교정본부를 교정청으로 승격하거나 교정 행정의 협상력을 높이는 별도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