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전 모(32) 씨는 최근 베트남 여행을 앞두고 “항공편이 취소됐으니 아래 링크를 통해 재예약하라. 지금 처리하지 않으면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는 문자를 받았다. 놀란 그는 곧바로 예약 내역을 확인했지만 항공권은 정상 상태였다. 이상함을 느껴 다시 살펴보니 발신 번호도 기업들이 통상 사용하는 대표번호가 아니라 ‘010’으로 시작하는 개인 휴대폰 번호였다. 전 씨는 “가뜩이나 베트남행 항공권이 취소되고 있다는 소식이 이어져 마음을 졸이고 있었는데 근무 중 급하게 확인하느라 하마터면 피싱에 속을 뻔했다”고 말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항공편 취소와 일정 변경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혼란을 틈타 항공권 취소를 우려하는 여행객들의 불안 심리를 노린 피싱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항공 업계에 따르면 에어로케이는 최근 다음 달 일본 도쿄와 베트남 나트랑 노선 등의 비운항 계획을 공지했다. 해외로 나가는 국내 출발편뿐 아니라 현지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귀국편도 함께 중단됐다. 에어부산 역시 다음 달 부산발 베트남 다낭, 홍콩 노선 등을 운항하지 않기로 했다. 에어프레미아도 최근 태국 방콕과 미국 뉴욕 노선의 일정 변경을 안내했다.
국내 항공사들이 예정된 항공편 운항을 취소하거나 조정하는 배경에는 급등한 항공유 가격이 있다. 유류할증료 산정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항공유 가격은 전쟁 전 배럴당 85달러 안팎에서 거래됐지만 5월분은 배럴당 214.71달러까지 치솟았다. 일부 항공사들이 수익성이 떨어지는 노선부터 운항을 줄이거나 일정을 조정하는 이유다.
문제는 항공편 취소와 변경 사례가 늘수록 이를 악용한 피싱 위험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는 ‘항공권 취소 피싱 주의보’가 잇따르고 있다. “항공권이 취소됐다”는 문자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뒤 “지금 바로 처리하지 않으면 환불이나 변경이 불가능하다”고 압박해 여권 정보와 카드 번호, 계좌 정보 등을 빼내는 수법이다. 이렇게 유출된 개인정보는 보이스피싱 등 2차 범죄에 악용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경찰청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도 지난달 “중동 전쟁을 악용한 사이버 사기가 늘고 있다”며 소비자 경계를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