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중심으로 사모대출 부실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이 잠재적 위험 국가로 한국을 신흥국 중 유일하게 포함시켰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IMF는 최근 발표한 ‘글로벌금융안정보고서(GFSR)’에서 주요국 은행들의 해외 비은행권(NBFI) 익스포저를 네트워크 지도로 분석했다. 그림자금융이라고도 불리는 NBFI는 은행은 아니지만 은행과 유사하게 자금을 조달하고 대출이나 투자 등을 집행하는 금융기관을 의미한다. 보험사나 연기금, 헤지펀드들이 대표적 NBFI다. 최근에는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기업들에 돈을 빌려주는 사모대출 펀드가 NBFI 시장에서 급격하게 세를 불리고 있다.
IMF에 따르면 현재 미국 NBFI에 자금을 공급하는 국가들은 영국·일본 등 금융 선진국들이 주류 세력을 이루고 있다. 한국은 신흥국 중 유일하게 별도 국가로 포함됐다. 브라질·인도 등 한국보다 금융시장 규모가 크고 발전 수준이 높은 주요 신흥국이 제외된 점을 감안하면 국내 금융기관의 대미 NBFI 익스포저가 상당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IMF는 “미국 NBFI에서 스트레스가 발생하면 신용 손실과 자금 회수, 자산 매각을 통해 충격이 국경을 넘어 빠르게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데이터 공백이 있을 경우 시장 불안이 확대되고 자산 투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같은 우려는 국내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금융안정위원회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국내 NBFI 자산은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약 2.4배인 6213조 원에 달한다. 증권사·보험사·연기금 등의 사모대출 펀드 투자액은 60조 원을 넘어섰다. 미집계 물량까지 고려하면 실제 노출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사모대출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IMF에 따르면 시장 규모는 약 2조 1500억 달러로 10년 사이 10배 가까이 늘었다. 미국에서는 사모대출에 많이 의존한 중견기업들이 부실을 드러내거나 파산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JP모건체이스·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은행들도 금리를 올리고 담보 기준을 강화하는 등 위험 관리에 나섰다.
문제는 한국의 대응 체계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은행의 NBFI 대출을 핵심 지표로 보고 정기적으로 집계·공개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관련 통계가 분산돼 있고 일부 비은행은 통계에 포착되지 않아 전체 위험 노출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IMF도 NBFI 감독 강화와 데이터 공백 해소, 유동성 대응 체계 점검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의 비은행 금융 대응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의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최근 인사청문회에서 “한은은 금융 안정 책무가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도구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개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