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000660) 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인 TSMC와의 동맹 관계를 강화해 최선단 공정 기반의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에 속도를 높인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005930) 의 거센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TSMC와 협력 관계를 고도화해 내년부터 본격 양산이 예상되는 7세대 HBM(HBM4E) 기술을 선점할 계획이다.
TSMC는 16일(현지 시간)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HBM 베이스다이 등 다양한 인공지능(AI)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3㎚(나노미터·10억 분의 1m) 생산 계획을 확장한다”고 밝혔다. 베이스다이는 HBM 최하단 층(Die)으로 연산 장치와 통신할 수 있게 데이터 흐름을 제어하는 ‘컨트롤 타워’다.
SK하이닉스는 지금까지 베이스다이를 직접 만들었지만 HBM4는 TSMC의 12나노 공정에 맡긴 바 있다. HBM4부터 베이스다이의 전송 통로가 두 배로 늘어나 메모리 공정으로는 구현이 어려운 초미세 회로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차세대 제품인 HBM4E의 베이스다이에는 TSMC의 3나노 공정을 적용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TSMC에 따르면 3나노 베이스다이의 전력 효율은 기존 공정 대비 두 배 높다. 전력 소모가 극심한 AI 반도체에 필수적인 기술로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의 수요에도 부합한다.
SK하이닉스는 베이스다이 위에 쌓는 메모리 저장층인 ‘코어 다이’에도 한 단계 발전한 6세대 D램 공정(1c)을 적용할 방침이다. 3나노와 1c의 조합으로 전력 대비 성능 측면에서 삼성전자를 앞서겠다는 계산이다.
다만 한국과 대만 간 물리적 거리는 장애물로 꼽힌다. 실제 SK하이닉스가 TSMC와 칩 샘플을 주고 받는 데 편도 기준 3일가량이 소요되는 반면 삼성전자의 경우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 사업장 간 거리가 인접해 있어 실시간 협력이 가능하다. 설계 변경이나 공정 오류 발생 시 신속하게 샘플을 전달하고 수정할 수 있는 것이다. 공급망 불확실성도 변수다. 업계에 따르면 TSMC의 3나노 공정의 생산능력 부족 현상은 내년까지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올 2월 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출하하며 SK하이닉스와 HBM 경쟁에서 기선을 잡았지만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HBM4 공급에 시간을 벌면서 기술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4 퀄(품질 인증) 과정에서 진통을 겪었으나 최근 걸림돌로 지목된 베이스다이에 대한 재설계를 마쳐 하반기 HBM4 양품을 출하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SK 측은 내년에는 HBM4E를 양산·출하해 삼성전자와 기술 선점 경쟁을 지속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