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안에서 벌어지는 폭력이 더 이상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는 신호가 잇따르고 있다. 교사를 향한 물리적 공격부터 일상적인 언어폭력까지, 학교 현장의 안전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충남 계룡에서 발생한 흉기 사건을 계기로 교권 침해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교사 대상 폭력은 줄지 않고 오히려 확대되는 모양새다.
“면담 요청 뒤 흉기 공격”…계룡 교사 피습 사건
1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8시44분쯤 충남 계룡의 한 고등학교 교장실에서 3학년 A군이 30대 교사 B씨에게 흉기를 여러 차례 휘둘렀다. B씨는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A군은 범행 직후 도주했다가 약 5분 만에 자수해 살인미수 혐의로 긴급체포됐으며,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조사 결과 두 사람의 갈등은 중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학생부장이었던 B씨가 자신을 더 엄격하게 지도했다고 A군이 인식하며 불만이 쌓였고, 이후 같은 학교에서 다시 만나면서 갈등이 심화된 것으로 파악됐다.
A군은 트라우마를 호소하며 등교를 거부했고, 학교 측은 대안학교 위탁교육을 제안해 지난 6일부터 다른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그러나 사건 당일 A군은 대안학교 대신 기존 학교를 찾아 교장에게 B씨와의 면담을 요청했고, 교장이 자리를 비운 틈을 이용해 미리 준비한 흉기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교사 10명 중 2명 폭행 경험”…통계로 드러난 현실
현장의 체감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15일 발표한 ‘2024 교사 직무 관련 마음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교사 1964명 중 20.6%가 학생 또는 학부모로부터 신체 위협이나 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전년(18.8%)보다 1.8%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언어폭력 경험은 68.1%에 달했고, 성희롱과 원치 않는 성적 관심 피해도 각각 15.8%, 15.5%로 나타났다. 특히 성희롱(64.5%)과 성적 관심(71.1%)의 가해자는 대부분 학생이었다.
전교조는 “일반 노동자 대비 교사의 폭력 피해 경험은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조사에서 전체 노동자의 언어폭력 경험은 3~6%, 신체 위협은 0.5%, 성희롱은 0.4% 수준에 그쳤다.
또 “2023년 조사와 비교해도 교사의 폭력 피해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여성 교사 피해 더 심각…구조적 문제 지적
성별에 따른 격차도 뚜렷했다. 여성 교사의 피해 비율이 전반적으로 더 높게 나타났다.
언어폭력 경험은 남교사 53.3%에 비해 여교사는 70.9%에 달했고, 신체 위협 역시 남교사 16.0%, 여교사 21.5%로 차이를 보였다. 성희롱과 성적 관심 피해도 여교사가 각각 17.0%, 16.7%로 남교사(9.5%, 9.2%)의 두 배 수준이었다.
교육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단순한 개별 사건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실 내 권위 약화와 제도적 대응 한계가 맞물리면서 교사 안전이 근본적으로 위협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단순 교권 침해 아니다”…교육계 ‘엄정 대응’ 촉구
교육계는 이번 사건을 단순한 교권 침해를 넘어선 ‘중대 범죄’로 규정하며 강력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사를 상대로 한 폭력범죄가 반복되고 있어 참담하다”며 “피해 교사 보호와 회복 지원에 최우선을 두고, 가해 학생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와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충남교사노조 역시 “이번 사건은 생명을 위협한 중대 범죄로, 교육활동 보호체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며 “위험을 인지하고도 개입하지 못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생이라는 이유로 처벌이 약화돼선 안 된다”며 “수사기관과 사법당국이 엄정한 수사와 처벌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도 개선 요구도 이어졌다. 강주호 교총 회장은 “교사를 폭행해도 학생부에 기록이 남지 않는 구조는 문제”라며 “중대 교권 침해를 학생부에 기재하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