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인 ‘AI5’의 설계 완료를 알리며 핵심 파트너사인 삼성전자(005930) 와 TSMC를 향해 직접 감사의 뜻을 밝혔다. 공개된 칩이 삼성전자의 국내 파운드리 공장에서 생산된 것으로 확인돼 테슬라의 차세대 칩 생태계에서 한국 반도체의 영향력이 재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머스크 CEO는 15일(현지시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AI5 칩의 ‘테이프아웃(Tape-out)’ 소식을 공개했다. 테이프아웃은 반도체 설계가 최종 완료돼 제조 공정인 파운드리로 설계도가 넘어간 것을 의미한다. 머스크는 “AI5 칩 설계를 마친 팀을 축하한다”며 “이 칩은 역사상 가장 많이 생산된 AI 칩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업계에 따르면 AI5는 TSMC의 대만 팹과 아리조나 팹, 삼성전자의 텍사스 테일러 팹에서 양산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대규모 양산 시점은 설계 완료 1년 후인 2027년으로 전망된다. 머스크는 이날 AI5와 AI6를 함께 언급했는데 이들 칩은 테슬라의 자율 주행차와 휴머노이드 등에 들어간다. AI5는 TSMC와 삼성전자가, AI6는 삼성전자가 전량 생산한다. 머스크는 앞서 AI6의 테이프 아웃 역시 이르면 올 해 12월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머스크가 공개한 칩 사진 속 각인된 ‘KR2613’이라는 문구에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해당 문구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한국 공장에서 2026년 13주차에 제조됐음을 의미한다. 이는 테슬라의 최첨단 AI 칩 시제품 생산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국내 생산 라인이 핵심 역할을 수행했음을 시사한다.
공급망(SCM) 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협력 관계도 두드러졌다. 이번에 공개된 사진 속 시제품에는 SK하이닉스(000660) 의 메모리 제품이 탑재됐다. 전체 AI5 공급망에는 삼성전자 메모리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 테슬라 AI 칩의 성능을 좌우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에서 삼성과 SK의 기술력이 두루 역할을 한 셈이다.
이번 AI5 칩에는 삼성전자의 최첨단 파운드리 공정인 ‘SF2T’가 적용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파운드리 포럼 ‘SAFE 2025’에서 3세대 2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인 ‘SF2P+’를 선보이며 테슬라의 후속 AI6 칩 등을 겨냥한 커스텀 공정 ‘SF2T’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당초 차세대 모델용으로 알려졌던 SF2T 공정이 AI5부터 선제적으로 적용되면서 양사의 파운드리 동맹이 한층 공고해졌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번 발표 과정에서 머스크가 TSMC를 언급하며 엉뚱한 계정을 태그하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머스크는 삼성전자(@Samsung)와 함께 TSMC를 지목하며 감사를 표했으나 실제 TSMC의 공식 계정이 아닌 이름이 유사한 대만 반도체 회사 ‘TSC’의 계정을 인용했다. TSMC가 별도의 공식 X 계정을 운영하지 않아 발생한 단순 실수로 보인다.
이번 AI5 설계 완료 선언으로 테슬라의 독자적인 AI 반도체 로드맵은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머스크는 AI5 외에도 차세대 슈퍼컴퓨터용 칩인 도조3(Dojo3)와 AI6 등 후속 라인업이 이미 개발 중임을 밝히며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행보를 예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