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서도, 퇴근길에서도. 온·오프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다양한 이슈를 풀어드립니다. 사실 전달을 넘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인 의미도 함께 담아냅니다. 세상의 모든 이슈, 풀어주리! <편집자주>
“밤 11시 15분, 살목지로 향하는 차량 91대”
“새벽 세시인데 사람이 더 많네. 귀신도 놀라서 도망갈 듯.”
귀신보다 사람이 먼저 몰렸다.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공포영화 ‘살목지’ 인기가 실제 배경인 충남 예산 살목지까지 번지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심야 방문 인증샷과 실시간 후기가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스크린 속 ‘금기 장소’가 개봉 일주일도 안 돼 현실판 공포 성지로 바뀐 셈이다.
극장가 덮친 K-공포…‘살목지’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 1위
1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이상민 감독의 ‘살목지’는 지난 10~12일 53만6454명을 끌어모으며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2019년 ‘변신’ 이후 한국 호러 영화 개봉 주말 기준 최고 수준 기록이다. 전날까지 누적 관객도 72만 명을 넘기며 손익분기점 70만 명을 조기 돌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8일 개봉한 ‘살목지’는 로드뷰에 정체불명 형체가 찍힌 뒤 재촬영을 위해 저수지로 향한 촬영팀이 검고 깊은 물속 무언가와 맞닥뜨리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실제 괴담으로 알려진 장소를 전면에 내세운 설정이 입소문을 타면서 극장 흥행이 현장 방문 열풍으로까지 번졌다.
낚시꾼도 꺼리는 ‘심령 스폿’…살목지에 얽힌 소름 돋는 진실
대중의 호기심을 폭발시킨 기폭제는 영화의 으스스한 배경이 세트장이 아닌 충남 예산군에 실재하는 ‘살목지’라는 점이다. 1982년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만들어진 이 평범한 저수지는 본래 인근 지명인 ‘살목(시목)’에서 이름을 따왔다. 지형이 화살의 목을 닮았거나 화살나무가 무성했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그러나 살목지가 본격적으로 전국구 심령 스폿으로 이름을 떨친 건 2021년 방송된 MBC ‘심야괴담회’에 소개되면서부터다. 당시 야근 후 퇴근하던 제보자가 내비게이션 오류로 안개 낀 비포장도로를 헤매다 겪은 기이한 사연은 공포 마니아들을 열광시켰다. 방송에 출연한 한 무속인 역시 “지금도 귀신이 여럿 맴도는 곳이니 절대 가서는 안 된다”고 강력히 경고하기도 했다.
낚시 동호인들 사이에선 살목지의 상류 쪽으로 갈수록 휴대전화 신호가 뚝 끊기는 ‘통신 음영 구역’이 나타나며 밤만 되면 짙은 안개가 깔려 한 치 앞을 분간하기 어렵다는 괴담이 전해지고 있다. 지역 일각에서는 수심이 무릎 높이밖에 안 되는 얕은 물에서 발생했던 과거의 의문스러운 익사 사고들과 물귀신(수살귀)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막는 무속인들의 ‘넋걸이’(죽은 영혼을 달래고 묶어두는 의식) 흔적이 발견되었다는 괴담까지 구전되며 미스터리함을 더하고 있다.
“이 정도 양기면 자동 퇴마”…새벽 3시 저수지 점령한 인증 러시
영화의 흥행과 함께 살목지에 얽힌 소름 돋는 실화들이 재조명되자 이곳은 간담을 서늘하게 할 공포를 직접 체험하려는 이들의 ‘핫플레이스’로 급부상했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살목지를 한밤중에 방문한 이들의 인증 사진과 실시간 현장 상황이 쏟아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새벽 시간대인데도 살목지를 목적지로 설정한 차량만 90대가 넘게 찍혔다”며 내비게이션 앱 캡처 화면을 공유했다. 또 다른 누리꾼이 올린 “새벽 3시 현재 상황”이라는 사진 속에는 칠흑같이 어두운 저수지 좁은 진입로에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늘어선 진풍경이 담겼다.
이 기막힌 상황을 본 누리꾼들은 “수백 명이 몰려가면 이 정도 양기에 밀려 귀신도 도망갈 듯”, “핫플 돼서 자동으로 강제 퇴마 당하는 살목지”, “귀신들도 시끄러워서 수면 부족 호소하겠다”라며 재치 넘치는 반응을 보였다.
야생동물 출몰에 실족 위험까지…안전사고 ‘빨간불’
다만 흥미 위주의 심야 방문이 폭증하면서 예기치 않은 부작용과 안전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밤중 몰려든 외지인들로 인해 인근 주민들이 소음 및 통행 불편을 겪고 있으며 일부 방문객들의 쓰레기 무단 투기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살목지는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공공시설물로 허가받지 않은 무단 취사나 야영, 화기 사용은 관련 법에 따라 엄격히 처벌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방문객들의 ‘안전사고’다. 살목지는 물과 육지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뻘이 깊은 구간이 도처에 깔려 있어 시야 확보가 안 되는 야간에는 실족이나 익수 사고의 위험이 매우 크다.
더구나 밤이 되면 뱀이나 말벌은 물론, 물을 마시러 내려오는 고라니와 같은 야생동물들이 자주 출몰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호기심으로 시작된 담력 시험이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관할 당국의 발 빠른 대처와 방문객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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