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신어봤을 운동화 뉴발란스. 해외에서는 존재감이 다르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7위권으로 한국 매출이 전 세계 매출의 10%를 차지할 만큼 한국 편중이 심하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시장에서 뉴발란스의 지난해 매출은 1조 2000억 원을 기록했다. 2022년 7000억 원, 2023년 9000억 원, 2024년 1조 원에 이어 가파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나이키·아디다스·노스페이스·유니클로와 함께 단일 패션 브랜드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스포츠 브랜드 순위에서는 나이키 다음 2위다.
그런데 뉴발란스의 지난해 글로벌 전체 매출은 78억 달러(약 11조 2400억 원)로, 글로벌 순위는 5~7위권이다. 한국 매출이 글로벌 전체의 약 10%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왜 유독 한국인가. 업계는 이랜드월드의 현지화 전략을 핵심 원인으로 꼽는다. 뉴발란스 글로벌 본사는 ABC마트·JD스포츠·풋락커 등 대형 홀세일러(도매상) 중심으로 제품을 유통한다. 반면 한국은 이랜드월드가 독점 계약을 맺고 직영 매장(D2C) 방식으로 운영해왔다. 소비자 접점을 직접 장악한 구조가 브랜드 충성도를 높였다는 분석이다.
상품 전략도 달랐다. 현재 뉴발란스의 글로벌 대표 제품으로 자리 잡은 530 시리즈는 사실 이랜드가 먼저 제안한 모델이다. 뉴발란스 본사는 처음에 “글로벌 트렌드와 맞지 않는다”며 출시를 거부했다. 이랜드가 수차례 설득한 끝에 2020년 한국에서 출시했고, 현재까지 국내에서만 200만 켤레 이상 팔렸다. 이후 미국·유럽·아시아로 확산된 글로벌 히트작이 됐다. 327·2002·610 시리즈도 이랜드가 역제안한 제품들이다.
무엇보다 발볼이 넓다는 특성도 한국 소비자의 발 구조와 잘 맞아 떨어졌다. 이랜드는 530 시리즈 출시 당시 솔을 한국인의 발 모양과 보행 패턴에 맞춰 개편하고, 한국인의 색상 선호를 반영해 컬러웨이도 다양하게 구성했다. 의류 부문도 글로벌 대비 3배 비중으로 키워 신발 브랜드에서 종합 패션 브랜드로 탈바꿈시켰다. 현재 의류는 전체 매출의 45%를 차지한다.
한국이 너무 잘 팔리다 보니 외국인이 한국으로 뉴발란스를 사러 온다. 뉴발란스 명동점의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외국인 비중은 78%에 달했다. 중국(45%)·일본(22%)·대만(9%)·미국(6%)·싱가포르(5%) 순으로, 한국에서만 살 수 있는 ‘코리아 익스클루시브’ 라인이 주된 구매 목적이다. 명동점 매출은 2024년 전년 대비 17% 성장에 이어 지난해에는 46% 급증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뉴발란스 미국 본사는 2027년 1월 한국 법인을 직접 설립하기로 했다. 이랜드가 16년간 쌓아 올린 한국 시장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한국 시장에서 통하면 글로벌에서도 통한다는 공식이 뉴발란스로 입증됐다”면서도 “본사 직진출 이후에도 한국 특유의 로컬라이제이션 전략이 유지될지가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