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만년간 지구에서 가장 파괴적인 분화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 남부 해저화산 키카이 칼데라가 다시 활동기에 접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과거 대규모 분화 지점 직하부에서 마그마가 꾸준히 재축적되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학계의 이목이 쏠린다.
해저 175㎞ 탐사…“거대 폭발의 메커니즘을 규명해야”
4일 과학계에 따르면 일본 고베대학교 연구진은 최근 국제 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지구와 환경’(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게재한 논문에서 가고시마현 류큐 열도 이오섬 인근 키카이 칼데라의 지하에서 마그마가 서서히 다시 차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칼데라는 약 7300년 전 단 한 차례의 폭발로 160㎦에 달하는 화산물질을 쏟아낸 곳이다. 1980년 미국 세인트 헬런스 화산 폭발의 방출량이 1㎦에도 못 미쳤고,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도 약 10㎦ 수준에 그쳤다는 점에 비추면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분화 이후 3900여 년 동안에는 마그마가 칼데라 바닥을 뚫고 올라오면서 세계 최대 규모(32㎦)의 용암 돔을 빚어냈다.
연구를 이끈 지구물리학자 노부카즈 세아마는 “거대 칼데라 폭발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이해하려면 어떻게 그렇게 많은 양의 마그마가 축적되는지부터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일본 해양지구과학기술청(JAMSTEC)과 손잡고, 칼데라를 가로지르는 175㎞ 구간에 수중 센서 39개를 깔았다.
이어 선박에 실은 에어건으로 해저에 음파를 쏘아 보낸 뒤, 1만 2000건 넘는 파동 기록을 분석해 해저면 아래의 내부 구조를 입체적으로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새로 유입된 마그마, 1000년마다 8.2㎦ 이상 축적
분석 결과 눈길을 끄는 대목이 드러났다. 과거 초대형 분화 때 작동했던 마그마 저장소가 수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활성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용암 돔 속 마그마의 화학 조성도 과거 분출물과 뚜렷이 달랐다. 세아마는 “이는 용암 돔 아래 마그마 저장소에 현재 존재하는 마그마가 새로 충전된 마그마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부연했다.
연구진은 평균 1000년마다 8.2㎦ 이상의 마그마가 새로 흘러들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논문은 “칼데라 바로 아래 얕은 곳에 있는 마그마 저장소에 용융물이 재주입되는 과정은 향후 거대한 칼데라 분화로 이어지는 단계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키카이 칼데라의 마그마 재충전 양상은 미국 옐로스톤이나 인도네시아 토바호에서 확인된 대규모 얕은 마그마 시스템과 사실상 같은 패턴을 보인다.
연구진은 이런 현상이 거대 칼데라 화산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과정이라면, 이번에 활용한 탐지 기법을 분화 예측 모니터링에 널리 적용할 수 있으리라고 제언했다.
대규모 분화의 방아쇠가 당겨지려면 마그마가 얼마나 더 쌓여야 하는지는 현재 기술로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지구상 최대 규모의 분화 이력을 지닌 화산이 7300년째 조용히 에너지를 비축하고 있는 만큼, 장기적인 관측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무게가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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