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사회의 기후변화 협약에 따라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려야 하는 것은 맞지만, 문제는 속도입니다. 재생에너지의 한계를 보완할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기술 개발과 경제성 개선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서울 성북구 교내 연구실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 인터뷰에서 “이재명 정부는 문재인 정부보다 더 적극적인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교수는 1990년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석탄·석유 및 기후변화 업무를 담당했다. 또 한국석유공사 이사회 의장,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 등을 역임한 국내 에너지 분야의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정부는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53~61% 감축한다는 2035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지난해 11월 확정해 발표했다. 이를 위해 2040년까지 석탄을 이용한 화력발전 폐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현재 30여 기가와트(GW)의 3배가량인 100GW로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더해 최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우리나라의 원유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대안으로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 교수는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에 앞서 본질적 한계인 ‘간헐성’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양광은 햇볕이 있을 때, 풍력은 바람이 불 때만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그래서 전력이 생산되지 않는 시간에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저장할 배터리 역할을 하는 ESS 설치가 필요하다. 그는 “ESS 구축에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릴수록 재무적 부담이 커진다”며 “또 ESS에 전력 저장이 가능한 시간은 불과 몇 시간 정도에 불과한 한계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장마철에는 며칠 동안 해가 뜨지 않는데 태양광 발전으로는 이 기간의 높은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재생에너지의 경제성 문제도 거론했다. 생산 원가가 높아 전기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그는 “태양광·풍력 발전 모두 기본적으로 생산 원가가 원자력·화력 발전보다 높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소비자가 지금보다 훨씬 더 비싼 전기 요금을 감당할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가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등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산업 중심이라는 점도 재생에너지 확대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로 제시했다. 그는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 금융, 서비스 산업 중심인 국가는 재생에너지 위주의 전력 생산이 큰 무리가 없지만 우리나라는 전력 수급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의 1.5% 정도에 불과하다”며 우리나라가 국제 사회에서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주도적으로 나설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정부와 이재명 정부 모두 국제 사회에서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앞장서려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기후변화 대응은 우리나라 혼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인다고 해결되지 않는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배출량이 비슷한 국가들을 따라가는 수준이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위한 기술 개발과 경제성 개선이 이뤄지기 전까지 원전 활용 확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상대적으로 석탄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고 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현재 인류가 사용하고 있는 저탄소 에너지원은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이라며 “원전은 구소련 시절 체르노빌 등 일부 사고가 있었지만 오랜 기간 비교적 안전하게 이용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원전의 위험성과 관련해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 면적 대비 원전의 밀도가 높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박 교수는 “원전 반대를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며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좁은 국토에서 밀도가 낮을 수가 있겠느냐”며 “그런 논리라면 태양광은 어떻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국가적인 과업인 재생에너지 이슈가 지나치게 정치화됐다는 점도 꼬집었다. 박 교수는 “탈원전 찬성은 좌파, 반대는 우파라는 식으로 재생에너지 확대에 찬성하면 좌파, 반대하면 우파로 구분하는 진영 논리가 우선하고 있다”며 “이 같은 구조에서 재생에너지의 장점, 단점을 객관적으로 비교하는 정상적인 논의가 이뤄지기 힘들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정부는 중동발 원유 수급 불안 문제 대응을 위해 지난달 13일부터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했다. 박 교수는 이와 관련해선 “경제학적으로 가격과 맞지 않는 초과 수요를 불러오게 될 것”이라며 “자원 빈국인 한국의 대외 에너지 취약 구조를 개선하는 데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최고가격제로 인해 손실을 보게 되는 정유사 등에 재정적 지원을 할 수밖에 없어 결국 국민 세금이 일부 기업과 특정계층 지원에 쓰이게 된다는 의미다. 박 교수는 또 “정부가 에너지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면 당장은 정치·정책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지만 결국 나중에 혹독한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는 것이 인류의 오랜 경험으로 증명된 교훈”이라고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