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를 이해한다면 한국 문화와 한국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소주 아티스트’ 퍼니준(본명 김완준) 작가는 3일 서울 용산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소주를 마시는 행위는 단순한 음주가 아니라 하나의 사회적 소통 방식”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에 가면 꼭 같이 소주를 마시고 싶다’는 연락을 받고 있다”며 “영화나 드라마, 음악 등 K컬처로 불리는 콘텐츠들 속에 늘 소주가 등장한 영향이 크다”고 전했다.
퍼니준은 소주를 주제로 활동 중인 ‘소주 아티스트’다. 2021년 책 ‘알랑말랑 소주 탐구생활’을 시작으로 소주를 마시는 방법과 술자리 놀이를 시각적으로 풀어낸 일러스트 및 조형물 전시, 주도(酒道) 강연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주 랩소디’에 출연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대학교 교직원이던 그는 소주에 대해 깊이 있는 지식을 알려주는 서적이 없다는 생각에 이 분야의 개척자로 뛰어들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증류주인 소주를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5년에 걸쳐 자료를 수집했다. 각종 논문과 고문서, 신문기사, 문학작품 등을 통해 그동안 구전으로만 전해져온 내용을 문서화했다. 과거 곡물 등을 측정할 때 쓰던 부피 단위인 홉(180㎖)을 적용하면서 ‘이홉들이(360㎖)’가 소주의 표준이 된 사실, 코르크 뚜껑을 쓰던 시절 습관으로 아직도 뚜껑을 따기 전 소주병 바닥을 때린다는 점 등 애주가들에게 관심을 살 만한 이야기를 당시 확인하게 됐다. 그는 “와인과 위스키, 맥주가 각각 마시는 법이 따로 있는 것처럼 한국만의 술 문화를 제대로 알려주고 싶었다”며 “소주라는 매개체를 통해 술을 통한 인간관계, 술자리 예절, 술과 함께 먹는 안주 등 문화 전반을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발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출간한 영문판 서적 ‘하우 투 드링크 소주(HOW TO DRINK SOJU·소주 마시는 방법)’는 소주의 ABC를 다룬 책이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소주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즐기길 바라는 목적에서 집필했다. 책은 술자리에서 상석이 어딘지는 물론 소주병 잡기와 놓기 등 10단계로 구성된 소주의 주도를 다뤘다. 또 소맥 등 폭탄주 제조법, 소주 과음 뒤의 해장법 등 애주가를 위한 정보를 그림과 곁들여 알기 쉽게 설명했다. 해외에서 반응은 고무적이다. 책을 보내달라는 요청과 함께 다양한 국가에서 출판 제의도 이어지고 있다. 그는 “책 디자인과 일러스트, 번역 전 과정에 직접 참여했을 정도로 애정을 쏟았다”며 “전 세계인들이 볼 수 있도록 아마존 등에 등록을 준비 중이며, 올해 일본어와 스페인어 번역본 출간을 앞두고 있다”고 전했다.
소주 아티스트인 그가 꼽는 소주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는 주저 없이 녹색병이라고 답했다. 퍼니준 작가는 “녹색이 평등을 상징하듯이 소주 앞에서는 모두가 동등, 평등해지는 게 소주만의 매력”이라며 “종류에 따라 얼마짜리니, 술값을 누가 냈느니, 빈티지를 따진다든지 하는 문화가 없기 때문에 소주를 마시고 나서는 누구나 겸손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또 소주를 통해 어우러짐이 가능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다른 술들은 ‘혼술’도 하지만 유독 소주는 꼭 같이 마시는 술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이런 점에서 술잔을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수작(酬酌)이라는 말이 소주의 본질을 잘 설명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소주 아티스트인 그의 주량은 얼마일까. 그는 “사람들이 많이들 물어보는데 그럴 때마다 ‘시속 1병’이라고 말한다”며 “딱 한 시간만 마시기 때문에 그렇다”며 웃었다. “그 정도 주량이면 누구와 어울리기에도 충분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소주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비판적 시선도 받곤 한다. 그는 음주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좋은 음주문화를 정착하기 위한 일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소주뿐 아니라 술은 본인의 주량을 넘어 과음으로 이어질 경우에 문제가 된다”며 “술이 갖는 부정적 측면이 분명 존재하지만 좋은 음주문화 확산에 기여하기 위한 노력으로 봐달라”고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