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해협 폐쇄라는 초유의 사태를 지켜본 전문가들은 앞으로 국가 에너지믹스에도 안보를 고려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조언했다. 지정학적 위기에서 자유로운 원전과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는 물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설비를 가장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석탄 발전소의 가치도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는 현재 2040년까지 석탄 발전소를 전력망에서 모두 퇴출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병준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3일 “이번 미국·이란 전쟁으로 현재 에너지믹스의 취약점이 확인됐다”며 “안보 관점에서 에너지원별 비율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발전량의 30%가량을 차지하며 유연성 전원 역할을 하고 있는 LNG가 지정학적 위기 때마다 가격이 널뛴다는 점을 고려해 대응책을 고민해두자는 취지다.
우선 원전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원전 발전의 원료인 우라늄은 최소 1년치를 미리 확보해두는 데다 지역별 쏠림도 적어 수급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앞으로 지어질 신형 대형 원전(APR-1400)이나 소형모듈원전(SMR)은 출력 조절이 용이해 기저전원으로밖에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도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정부도 이란 전쟁 이후 LNG 가격이 급등하자 원전 정비 일정을 조정해 원전 이용률을 높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석탄 발전소의 가치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석탄 발전은 전력망에서 꾸준히 퇴출되는 중이었다. 석탄의 에너지밀도가 낮은 데다 구형 설비에서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탓에 사용을 자제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돼서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017년 석탄 발전이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9%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28.7%까지 줄었다.
이렇게 퇴물 취급받던 석탄이 이번에는 전력망을 구했다. LNG 발전 못지않게 출력 조절을 쉽게 할 수 있는 데다 석탄은 지구 곳곳에서 채굴돼 지정학적 리스크에서도 자유롭다는 장점 덕이다. 유럽 국가들도 LNG 가격이 오를 때마다 석탄 발전을 활용해 위기를 극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2040년 이후 석탄 발전소를 최소한으로 사용하면서 설비를 보전하는 ‘콜드 리저브’ 방식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며 “이렇게 하면 햇빛이나 바람이 장기간 사라지는 비상 상황이 올 때 급히 쓸 수 있는 비상 전원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