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정부와 민간이 8조 4000억 원을 투입해 나트륨과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에 나선다. 중국의 저가 배터리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보급형과 고성능 배터리를 동시에 키워 기술 포트폴리오를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산업통상부는 22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배터리 3사와 포스코퓨처엠·엘앤에프·에코프로비엠 등 소재 업체가 참석한 가운데 ‘배터리 산업기술 로드맵’을 발표했다. 하이니켈(NCM) 배터리 중심의 전략에서 벗어나 미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정부가 2027~2031년 약 4000억 원 규모의 연구개발(R&D)을 신설하고 민간은 2030년까지 R&D와 설비에 약 8조 원을 투자하는 게 골자다.

보급형 시장은 나트륨 배터리로 공략한다. 내년 160Wh/kg급을 개발한 뒤 2030년 220Wh/kg급 기술을 확보해 본격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나트륨은 리튬보다 원료가 풍부하고 저렴해 보급형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전고체는 2027년 시제품을 내놓고 2028년 400Wh/kg급 개발을 마쳐 2030년 본격 상용화한다. 고성능 전기차뿐 아니라 로봇·드론·도심항공교통(UAM) 등으로 적용처를 넓힌다.

기업 간 공동 개발도 확대한다. 셀 3사는 파우치형·각형 배터리의 치수 기준을 함께 제안하고 차세대 집전체 등 비경쟁 분야에서는 공용 소재 사양을 마련한다. 소재 업체가 목표 성능과 가격에 맞춘 제품을 개발하면 셀 업체가 이를 실증해 구매로 연결하는 공동 R&D도 2027년부터 추진한다. 완성차에서 확보한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정보는 셀·소재 업체에 제공해 배터리 성능 개선에 활용한다. 정부는 평가 절차를 마련한 뒤 용도별 요구사항을 반영한 차세대 배터리 표준도 2030년까지 만들 계획이다.

가격 경쟁력 확보도 병행한다. 정부는 앞서 발표한 국내생산세액공제를 2027년부터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유럽연합(EU) 수준의 재활용 목표를 제시해 순환형 배터리 생태계 구축을 유도한다.

전략 전환 배경에는 중국과 벌어진 시장 경쟁력 격차가 있다. 지난해 유럽에서 전기차 판매가 전년대비 30% 늘었지만 한국 배터리 기업의 유럽 점유율은 2023년 55%에서 2025년 35%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중국 업체는 42%에서 61%로 뛰었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K배터리 위기의 근본 원인은 전기차 캐즘 자체가 아니라 우리의 주력 시장과 주력 제품의 경쟁력 약화”라고 진단했다.

전기차 외 시장 공략을 위해서라도 전략 전환이 필요하다. 산업연구원은 세계 ESS 수요가 2023년 185GWh에서 2035년 1449GWh로 연평균 19%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무정전전원장치(UPS) 배터리는 같은 기간 연평균 40%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민우 산업부 산업성장실장은 “대규모 R&D 지원과 제도적 인센티브를 통해 K배터리가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탈환할 수 있도록 총력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