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늑대, 여자는 여우’라는 말이 일상에서 쓰인다. 그럼에도 ‘늑대’와 ‘여우’는 서로를 필요로 하며 공존해야 하는 존재다. 물론 남녀 간 갈등, 특히 성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끊이지 않는다. 친근한 관계의 균열부터 타인에 대한 성희롱, 성폭력까지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왜 남녀는 서로 원하면서도 끊임없이 갈등하는가.
진화심리학자인 데이비드 버스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교수는 성적 갈등의 숨겨진 뿌리를 진화의 관점에서 찾는다. 신간 ‘나쁜 남자의 기원’(원제 When Men Behave Badly)에서 저자는 인간의 성 심리와 짝짓기 전략이 임신과 양육에 따르는 생물학적 부담의 차이 속에서 엇갈리게 진화했고, 이것이 성별 간 갈등의 핵심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저자가 ‘남성’으로서 특히 ‘나쁜 남자’를 강조한 듯하지만 책 내용은 남녀 모두에 해당된다.
저자는 “인류의 번식 생물학에서 필수적인 중요한 투자를 수행하는 여성의 몸은 남성에게 특별한 가치를 가진 번식 자원”이라며 “번식과 관련해서 냉정하게 계산해 보자면, 남성의 몸은 여성의 몸에 비해 무가치하다”고 직설적으로 말한다. 여성은 임신과 출산, 양육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해야 하지만, 남성은 번식에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이면 된다. 또 남성은 정자를 대량 생산하지만, 여성의 난자 수는 제한적이다. 수정된 난자를 체내에 품고 키우는 존재도 여성이다.
이런 생물학적 차이와 성 심리의 비대칭은 짝을 선택하는 기준과 관계를 맺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여성은 건강과 외모뿐만 아니라 자원을 제공하는 능력, 장기적인 헌신 가능성 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고, 남성은 여러 상대와 짝짓기를 추구하는 성적 다양성에 대한 욕망이 더 크다.
저자는 남녀의 심리적 차이와 갈등이 생물 진화적 적응의 결과라고 설명하면서도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떤 조건에서 성관계를 할지에 대한 여성의 동의와 선택은 여성 성 심리의 가장 깊고 근본적인 요소”라고 강조한다. 다만 ‘나쁜 남자’가 진화적 적응의 산물이라는 설명이 이들의 모든 행동을 정당화하는 면죄부는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한다. 3만 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