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에 담긴 미래대응기금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재정학계에서 예산안을 전면 재편성해야 한다는 강도 높은 비판이 나왔다. 기금의 재원 조달 방식이 사실상 국가채무에 의존하는 데다 일시적인 세수 증가를 토대로 지출을 확대해 재정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재정정책학회·한국재정학회·한국지방재정학회와 박수영·안도걸 의원실은 6일 국회에서 ‘2027년 예산안 평가: 미래 투자와 재정 지속가능성의 균형’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김우철 한국재정학회장은 이날 미래대응기금의 재원 조달 구조를 ‘회계 트릭’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회계상으로는 세수로 기금을 채우는 모양새지만 실체는 빚으로 쥔 104조원대의 현금”이라며 “부분 수정으로 고칠 수 없는 예산안인 만큼 국회는 전면 재편성을 요구하고 정부는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금의 적립·집행·운용·감독 권한이 한 부처에 집중된 점도 문제 삼았다. 세계잉여금 처리 순서와 기금지출 변경 한도 등 재정 운용 원칙이 훼손됐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긴축적인 통화정책과 달리 재정은 위기 때보다 빠르게 확장하고 있으며, 늘어난 지출도 되돌리기 어려운 항구적 성격이라고 지적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를 지속 가능한 재원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도 나왔다. 박명호 한국재정정책학회장은 “반도체 호황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지만 사이클은 언젠가 반전된다”며 “호황기 세수를 항구적 세입으로 보고 경직성 지출을 늘리면 재정 부담이 커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정부의 세수 전망과 기금 적립 여력을 검증할 독립적 재정기구 신설을 제안했다. 중기 재정 목표에서 이탈했을 때 조정·복귀 절차를 뒷받침할 재정준칙 도입도 주장했다.
기금은 직접적인 사업 확대보다 미래 재정 위험에 대비한 자산 운용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적립은 차입 없이 남는 재원으로 해야 한다”며 지출 구조조정과 법정 채무 상환을 거친 뒤 남는 재원 일부만 기금에 쌓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