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번역 장벽이 낮은 K그림책이 세계 문학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국내 최고 그림책을 꼽는 ‘대한민국 그림책상’ 시상식이 3일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4회째를 맞이한 올해는 총 506편이 출품돼 이 중에서 대상 2편(픽션·논픽션), 특별상 6편, 신인상 1편 등 최종 9편의 수상작이 선정됐다. 지난해 약 1000편의 국내 작가 그림책이 출판된 것에 비하면 치열한 경쟁을 거친 셈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3일 오후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2026 대한민국 그림책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대상은 논픽션 분야에서 ‘지렁이 키우지렁’(김지원, 알에이치코리아)이, 픽션 분야에서 ‘바다 안 물고기에게 하늘 안 새에게 숲 안 동물에게 그리고 인간에게’(전미화, 보림출판사)가 각각 수상했다.
‘지렁이 키우지렁’은 자연의 순환과 생명의 소중함을 발견하고, 생태계와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잘 표현했다는 평가로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또 ‘바다 안 물고기에게’는 자연 속 생명과 인간의 관계를 돌아보며 모든 생명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의 의미를 일깨워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렁이를 직접 집에서 키우고 있다는 김지원 작가는 “식물을 키우기 위해 지렁이도 키우고 있다. 결국 지렁이는 모든 생명이 연결돼 있다는 생각을 확인해 주는 상징”이라며 “이렇게 큰 상을 받게 해줘서 지렁아 고맙다”고 말했다. 전미화 작가는 개인 사정으로 불참하고 관계자가 대리 수상했다.
특별상은 ‘구멍청’, ‘세상에서 가장 멋진 새’(이상 문체부 장관상), ‘오늘은 나의 생일이야’, ‘세상의 모든 안녕’, ‘코시롱 해녀 밥상’, ‘할 수 있어요’(이상 출판진흥원장상) 등 6편에 돌아갔다. 신인상은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가 있어’가 받았다. 중견 그림책 작가인 백희나 씨가 ‘구멍청’(스토리보울)으로 특별상을 받은 것도 눈길을 끌었다.
이날 행사에는 그림책 작가들과 함께 책을 만든 출판사 관계자, 작가들의 가족들이 함께해 축제 같은 모습으로 진행됐다. 문체부는 출판진흥원과 함께 수상작에 대해서 출판수출통합플랫폼(K-Book)과 영문 웹진 ‘케이북 트렌즈(K-Book Trends)’를 통한 홍보 및 샘플 번역과 서평 제작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볼로냐아동도서전’ 등 주요 해외 도서전에서의 전시와 재외 한국문화원을 통한 홍보 등 다양한 수출 지원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시상을 맡은 최성희 문체부 콘텐츠산업정책관은 “문체부는 앞으로도 우수한 그림책의 창작과 출판을 지원하고, 우리 그림책이 더 넓은 시장에서 해외 독자들과 만날 수 있도록 번역, 수출, 국제교류 등 다양한 지원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그림책의 본격적인 역사는 1990년대에 시작되는데 그동안 제대로 된 ‘상’이 없다는 불만이 제기돼 왔다. 그러던 가운데 2022년 이수지 작가가 ‘여름이 온다’(비룡소)로 ‘안데르센상’을 수상하면서 내실 강화 차원에서 국내 시상 제도 도입이 급진전됐다. 그림책 작가와 출판사들의 염원이 결실을 맺어 2023년 첫 시상식이 열렸다.
다만 당초 ‘한국의 안데르센상’을 목표로 한다는 비전을 내놓은 데 비해서는 시상의 규모가 여전히 작아 아쉬움을 남겼다. 1회 때 대상에 문체부 장관상과 상금 1500만 원이 각각 주어졌는데 4회인 올해도 마찬가지 규모의 상과 금액이었다. 총 시상 작품은 같은 기간 8편에서 9편으로 늘어난 데 그쳤다. 출판사가 받은 상금은 1회 때 각각 350만 원에서 이번에는 300만 원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