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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행동’ 비밀에 대한 유쾌한 탐구

30.10.2026

인간은 왜 사랑하고, 복수하고, 협력할까. 어떤 사람은 새로운 음악과 음식에 쉽게 마음을 열고, 어떤 사람은 익숙한 취향에 머무는데 그 이유는 뭘까.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의 행동을 낯설게 바라보면 인간이라는 존재의 복잡한 속성이 드러난다. 세계적인 행동과학자인 저자는 이번 신간에서 유전자와 뇌, 스트레스와 욕망, 사회와 문화를 넘나들며 인간 행동의 비밀을 유쾌하게 파헤친다.

전작 ‘행동’과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에서 인간 행동의 생물학적 요인과 자유의지의 문제를 깊이 탐구한 저자는 이번 책에서 한층 자유롭고 유머러스한 문체로 18편의 이야기를 펼쳐 보여준다. 원숭이와 쥐의 행동부터 인간의 사랑과 복수, 음식과 음악 취향, 죽음을 대하는 태도까지 소재는 다채롭지만 관통하는 질문은 하나다. ‘인간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

책에 따르면 인간의 행동을 유전자나 호르몬 하나로 설명할 수 없다. 저자는 동물 연구 등을 통해 타고난 성향조차 성장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유전자는 운명이 아니라 그저 취약성과 가능성을 담고 있을 뿐”이라는 대목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압축한다. 선천적 요인이 행동에 영향을 미치더라도 어떤 환경에서 성장하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인간을 이해하려면 타고난 특성뿐 아니라 그 특성이 발현되는 조건까지 살펴야 한다.

흥미로운 것은 거창한 과학적 질문이 일상의 사례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저자는 개코원숭이의 짝짓기 행동을 통해 강하고 공격적인 수컷보다 암컷과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맺어온 친절한 수컷이 선택받을 수 있음을 들려준다. 여기서 ‘친절함이 섹시할 수도 있다’는 재치 있는 통찰이 나온다. 배신자를 처벌하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는 인간의 복수심,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음악과 음식에 마음을 닫는 현상도 과학적 탐구의 대상이다. 익숙한 행동에 질문을 던지자 인간 본성의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인간의 마음과 몸을 분리해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도 일깨운다.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는 기분에 그치지 않고 뇌의 구조와 기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과를 받아들였는데도 화가 가라앉지 않을 때 남아 있는 생리적 반응에 이유를 덧붙이며 과거의 갈등까지 떠올릴 수 있다는 설명은 감정과 판단이 이성만으로 움직이지 않음을 보여준다.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는 동시에 사회와 문화를 만들고, 그렇게 형성된 환경에 다시 영향을 받는다. “환경은 그것이 아무리 미미할지라도 우리가 누구인지를 형성하는 생물학적 상호작용 속에서 충분히 제 몫을 해내고 있다”는 문장은 개인을 이해할 때 사회적 조건까지 살펴야 하는 이유를 짚는다.

책의 미덕은 복잡한 과학적 연구를 일상의 사례와 유머로 풀어내면서도 인간에 대한 성급한 결론을 경계한다는 데 있다. 사랑과 복수, 취향과 관습을 동물의 행동과 나란히 놓고 보면 인간만의 특별함이라고 믿었던 것들도 새롭게 다가온다. 책장을 덮고 나면 타인의 행동은 물론 자신의 익숙한 반응에도 한 번쯤 ‘왜?’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1만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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