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서울 성동구 행당동 일대. 도시 개발을 앞두고 발굴 조사가 한창이던 땅에서 그릇 파편이 잇따라 나왔다. 낡은 그릇들은 곳곳에 금이 가고 깨져 있었다. 일대에는 19세기 후반부터 1960년대에 이르는 도자기, 생활용품이 함께 묻혀 있었다.
깨지고 버려진 그릇들이 걸어온 여정을 조명하는 전시가 서울과 부산에서 열리고 있다. 서울 한양대학교박물관과 부산 영도 국립해양박물관이 주목한 ‘사물의 이동’이다. 전시는 행당동 폐기 유적에서 출토된 경성의 그릇이 어디에서 만들어져 누군가의 식탁에 올랐다가 어떻게 버려졌는지를 추적한다. 바닥의 상표와 명문, 병에 남은 상호, 조각 문양 등을 단서로 찾는 여정이다.
전시는 100여년 전 일본 각지에서 만들어진 그릇이 바다를 건너 경성에 도착한 뒤, 백화점과 잡화점을 거쳐 식탁에 오르는 과정을 다양한 유물로 보여준다. 그릇이 거쳐온 곳 가운데 하나인 부산 영도를 다룬 부분은 주목할 만하다.
일본 가나자와(金澤)의 일본경질도기주식회사는 1917년 자회사를 설립해 영도에 공장을 지었고, 다양한 그릇을 생산하며 근대 산업도자의 한 축을 담당했다. 이곳은 광복 이후 한국인이 인수한 뒤 대한도기, 대한도자기 등으로 이름을 바꾸며 1970년대 초까지 운영됐다.
박물관 측은 “서울 전시는 소비지 경성에서 출발해 생산지 영도로 거슬러 올라간다면, 부산 전시는 그릇이 만들어진 영도에서 시작해 경성으로 향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전시에서는 피란 시기 화가들이 그릇에 남긴 예술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한국전쟁 당시 김환기(1913∼1974), 변관식(1899∼1976), 김은호(1892∼1979), 전혁림(1916∼2010) 등은 영도 대한도기에서 만든 접시에 직접 그림을 그렸다. 접시들은 당시 유엔군과 외국인 기자 등에게 한국을 담은 ‘기념품’으로도 여겨졌다. 서울 전시는 11월 30일까지, 부산 전시는 11월 7일까지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