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문체부와 국민의힘 간 가장 크게 충돌한 지점은 ‘보은 인사’ 논란이라고 평가된다. 야당이 이재명 정부에서 임명된 문화체육계 인사 15명을 ‘보은 인사’라고 지적하면서 이를 정리한 PPT까지 제시하자 최휘영 장관이 “모욕적”이라고 크게 반발하며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이 “전부 경기·성남 라인, 대통령 지지 선언, 대통령 선대위 관계자들로 그 직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다”라며 ‘이재명 정부 문화체육계 내편 인사’라는 제목으로 현 정부 들어 임명된 15명 기관장이 표시된 PPT 자료를 국감장 내 모니터에 띄웠다.
여기에는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을 비롯해 황교익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 김윤지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이범헌 한국문화예술위원장, 서승만 국립정동극장 대표, 어연선 국립어린이청소년극단장, 임진택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 민병선 한국관광공사 상임이사 등 문화계 대부분 기관이 포함됐다. 이미 중도 사퇴한 유홍준 관장은 ‘사퇴’라는 붉은 도장이 찍히기도 했다.
이 자료가 모니터에 비치자 최휘영 장관이 발끈했다. 최 장관은 “허위 사실”이라며 “지금 보여주신 곳에 있는 분들은 모두 제가 임명권을 갖고 있고 인사권을 행사한 분들이다. 그런데 그렇게 평가를 하시는 것은 저분들에 대한 모욕임과 동시에 저에 대한 모욕이기도 하다. 어떻게 사람을 저렇게 카테고리를 만들어 공개적으로 비하하고 모욕할 수가 있나”라고 주장했다. 최 장관이 특정 주제에 대해 야당 의원과 말씨름을 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김 의원이 “문화예술계 내부에서도 이들을 반대하고 있다”고 하자 최 장관은 “일부의 주장”이라며 “해당 기관장들이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이유만으로 문제 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최 장관은 이어 “제가 전문성과 역량을 판단해서 임명한 분 중에 대선 때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한 분이 있다는 게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며 “국민의 거의 절반인 49% 이상이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했는데, 그분들은 전문성이 있고 역량이 있는데도 공직을 맡으면 안 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임명되는 분들의 정치 성향이 너무 일방적일 경우에는 당연히 지적이 있을 수 있겠지만, 몇 분을 가지고 꼬투리를 잡으며 ‘보은 인사’라고 계속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 납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음 질의에 나선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의 ‘선임 기준과 검증도 없이 기관장들이 임명됐다’는 지적에는 “(문체부는) 법과 정관에 따라서 인사를 하고 있다. 이는 전 정부, 전전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며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면 이를 이야기하면 되지, 제도에 따라서 인사 행위를 한 부분을 잘못했다고 하는 것은 납득할 수가 없다”고 반박했다.
최근 문체부 인사에 대해 일부 문화계에서 공개 비판이 나온 데 대해 문체부 장관이 작심하고 반발한 것이 이날의 논란 배경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석기 의원이 제시한 15명 가운데 일부는 반대 목소리가 있었다. 이는 이들 기관장들의 정치색 때문으로 해석된다.
다만 다소 지나친 장면도 없지 않았다. 지난달 17일 최휘영 장관 주재로 열린 문화예술정책자문위원회 연극 분과 제4차 회의 도중에 자문위원으로 참석한 방지영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 이사장이 이날 자문회의 주제와는 상관없는 어연선 극단장 임명 반대 성명서를 최 장관 앞에서 직접 읽기도 했다.
당시 최 장관은 “어떤 기준 없이 임명한 것은 아니다”며 “예술행정 전문가로서의 경력을 평가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지만 가라앉은 분위기는 살아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