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할아버지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학생 손녀가 징역 5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23일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최경서 부장판사는 이날 노 모(24)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노 씨에게 살해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존속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노 씨에게 선고된 징역 5년 형은 존속 상해치사죄의 법정 최저 형량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부당한 대우 받았던 것으로 보이지만 상해를 통해 사망에 이르게 한 범죄는 정당화될 수 없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피해자인 조부의 유족이자 노 씨의 가족들이 처벌을 불원하고 있는 점, 노 씨가 범행의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형사처벌이 없는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노 씨는 지난 5월 18일 오전 11시 50분께 동대문구 답십리동 자택에서 80대 할아버지와 다툼하던 중 어깨 부위를 과도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조부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노 씨는 범행 이후 직접 119에 신고하고 심폐소생술에 나섰고, 이후 경찰에 긴급체포 됐다.
노 씨 측은 그간 재판에서 오랜 기간 조부의 폭언, 폭행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범행 당일에도 피해자에게 겁을 줘 폭력을 멈추려했을 뿐 살해하려는 고의는 없었다고 변론했다.
재판부는 “살해의 고의가 있었다면 가슴을 찌르는 방법으로 범행을 실행할 수 있음에도 피해자의 어깨 부분을 조준하고 과도를 휘둘렀다”며 “미필적으로라도 살해의 고의가 있는 사람은 치명적인 곳을 찌르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또 “다툼을 피하기 위해 방으로 들어왔는데, 피해자가 계속 들어와서 욕설하며 행동을 멈추지 않았고 이때 우발적으로 행동을 멈추기 위해 칼을 들고 피해자의 앞으로 갔다”고 덧붙였다. 피해자인 조부가 치명상을 입게 된 것은 공교롭게 칼이 뼈를 피해 흉곽을 관통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도 설명했다.
공소청 등 수사기관은 노 씨가 인공지능(AI)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살인에 관한 내용을 검색해봤다는 점과 “(조부가) 나를 여자라서 깔본다” 부정적인 내용의 메모를 남겼다는 점을 들어 노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AI에 한 질문은 두 개에 불과했고, 그 답변 또한 충동 조절을 돕는 내용이나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안내하는 내용이었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노 씨가 적은 메모에는 “복수하는 건 내가 잘되는 것밖에 없다”는 내용 또한 기재돼 있어 갈등 상황을 긍정적으로 헤쳐 나가겠다는 의지가 보인다고 판단했다. 노 씨가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범행을 인정했고, 구급대원의 지시에 따라 심폐소생술을 했다는 점도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봤다.
노 씨는 최후진술에서 “개인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죄를 지어서 죄송하다. 죽을 때까지 속죄하고 또 속죄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