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이 없어 발전소가 생산한 전기를 보내지 못하는 ‘인프라 엇박자’가 반도체·석유화학·바이오 등 국가 핵심 산업단지로 확산하고 있다. 공장 가동 시점은 다가오지만 전력 공급의 핵심인 송전망 구축 사업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대규모 전력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26 공공기관 현황과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전력망은 심각한 수급 불균형을 겪고 있다. 발전원이 집중된 비수도권(2023년 기준 경북 전력 자급률 216%)에서 수도권(65%)으로 전기를 보내는 융통선로 확충이 지연되면서 전력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인프라 병목현상이 첨단 산업단지 송전망으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산업단지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핵심 송전망 사업의 준공 목표 시점이 줄줄이 도래하지만 공정률은 1~2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기지가 될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가 가장 심각하다. 345㎸ 신평창~신원주 등 14개 선로를 구축하는 이 사업은 총사업비만 3조 7000억 원이다. 준공 목표는 2036년 12월이지만 2025년 말 기준 집행액은 194억 원으로 공정률이 1%에 불과하다. 정부와 업계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가동 목표 시점을 SK하이닉스 일반산단은 2027년, 삼성전자 국가산단은 조기 가동을 전제로 2029년으로 잡고 있다.
당분간 공정 진척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연도별 집행 계획을 보면 2026~2029년 집행 예정액은 총 497억 원에 그친다. 반면 2030년 이후 집행 예정액은 3조 6451억 원으로 잔여 사업비의 98.6%가 2030년 이후에 집중돼 있다. 향후 4년간 송전망 구축이 매우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른 국가 핵심 산단도 마찬가지다. 345㎸ 신여수분기 등을 건설하는 여수 국가산단 송전망 사업은 2030년 9월이 준공 목표지만 총사업비 84억 원 중 2025년 말 집행액이 고작 700만 원에 그친다.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 관련 사업(345㎸ 신시흥~신송도 등) 역시 3300억 원이 투입돼 2028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하지만 공정률은 20%(집행액 650억 원)에 머물러 있다.
문제는 건설에 필요한 물리적 시간이다. 대용량 송전선로(345㎸)는 완공까지 평균 9~13년이 걸린다. 정부가 특별법을 통해 전체 건설 기간을 9년으로 단축하려 하지만 현재의 더딘 진척도를 감안하면 역부족이다. 송도(2028년)와 여수(2030년) 산단 송전망 사업의 준공 목표가 불과 2~4년밖에 남지 않았는데 공정률은 이제 막 5~20%를 넘긴 초기 단계여서 남은 기간 내 완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진단이다.
예정처는 “송전망 확충이 지연되는 경우 발전 제약과 그에 따른 정산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주요 수요처 대응 송전망 사업의 공정과 집행 계획을 점검해 수요 발생 시점과의 간격이 확대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전 측은 “관계기관 모두가 협력해 일정에 차질없이 국가산단에 전력공급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