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과태료와 벌금, 각종 부담금 등 세외수입으로 거둬야 할 돈 가운데 받지 못했거나 징수를 포기한 금액이 지난해 38조 원을 넘어섰다. 1년 사이 12조 원이나 불어난 수치다. 세외수입 수납률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20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재정경제부와 국세청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세외수입 징수결정액은 301조 9000억 원이었다. 이 가운데 실제로 걷은 수납액은 263조 4000억 원에 그쳤다. 아직 받지 못한 미수납액은 36조 1000억 원, 징수를 포기하고 장부에서 정리한 불납결손액은 2조 4000억 원이었다. 미수납액과 불납결손액을 합친 금액은 38조 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1년 새 12조원 급증…수납률은 10년 만에 최저
세외수입 징수 실적은 1년 전보다 뚜렷하게 악화했다. 미수납액은 2024년 25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36조1000억원으로 11조원(44%) 늘었다. 불납결손액도 같은 기간 1조4000억원에서 2조4000억원으로 1조원 증가했다. 두 항목을 합친 금액은 2024년 26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38조5000억원으로 12조원 불어났다.
정부가 걷기로 결정한 금액 가운데 실제로 수납한 금액의 비율인 수납률은 지난해 87.2%였다. 2016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수납액만 놓고 보면 2016년 13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36조1000억원으로 약 2.6배 증가했다.
세외수입은 세금 이외에 정부가 거둬들이는 수입을 뜻한다. 과태료와 과징금, 각종 부담금, 국유재산 사용료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부과하기로 결정했더라도 실제 납부가 이뤄지지 않으면 미수납액으로 남고, 더 이상 징수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정리한 금액은 불납결손액으로 처리된다.
벌금·과태료도 줄줄이 미납…경찰청 1조 원 넘어
항목별로는 위약금과 벌금·몰수금, 과태료 등 의무 위반과 관련된 수입의 미수납 문제가 두드러졌다. 기금 수입을 제외한 경상이전수입의 지난해 미수납액은 21조원에 달했다. 경상이전수입은 위약금과 벌금·몰수금, 과태료 등 별도의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이전받는 수입을 포함한다.
부처별로 보면 지난해 말 기준 경찰청의 벌금·몰수금 및 과태료 미수납액은 1조1053억원이었다. 관세청의 가산금 미수납액은 6929억원, 공정거래위원회의 벌금·몰수금 및 과태료 미수납액은 4376억원으로 집계됐다. 법 위반에 따른 제재금조차 제때 거둬들이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국세청 가산금 수납률 1%대…장기 체납에 회수 난항
세금을 기한 내에 내지 않았을 때 추가로 부과되는 가산금도 징수 실적이 저조하다. 지난해 국세청은 가산금으로 약 15조7000억원을 징수 결정했지만 실제 수납액은 1765억원에 그쳤다. 수납률은 1%대에 불과했다. 가산금 가운데 1조2474억원은 소멸시효 완성 등의 사유로 불납결손 처리됐다. 올해도 7월까지 약 7000억원이 불납결손 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가산금 미수납액 대부분이 제도 개편 이전에 발생한 장기 체납분이라는 점에서 회수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2020년 세법 개정으로 국세 가산금이 납부지연가산세로 전환되면서 기존 가산금은 2019년 이전 귀속분에 주로 남아 있다. 체납 기간이 길어질수록 재산 파악과 회수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가산금 미수납액은 2020년 제도 개편 이전에 발생한 장기 체납분이 대부분이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회수 가능성이 낮아진다”며 “체납액을 징수하더라도 강제징수비와 국세를 우선 충당한 뒤 남은 금액으로 가산금을 받아야 해 회수하기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통합징수 조직 가동…징수 체계 손질 추진
정부는 세외수입 체납을 줄이기 위해 통합징수 체계 마련에 나섰다. 국세청은 올해 국세외수입 통합징수 준비단을 출범시키고 7~9월 3개월 동안 체납자 실태를 확인해 약 827억원을 징수했다. 준비단은 올해 말까지 운영되는 한시 조직으로, 통합징수법이 제정되면 정규 조직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김상훈 의원은 “받지 못한 나랏돈이 38조원을 넘어 1년 새 12조원이나 불어났는데도 정부는 징수 관리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며 “벌금·과태료조차 걷지 못하는 건 재정 누수를 넘어 법 집행의 신뢰 문제인 만큼, 미수납 원인을 항목별로 따져 징수 체계를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