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화물만 다니는 전용 도로인 ‘자동물류도로’ 계획을 발표한 지 2년 여 만에 실증 단계에 접어들었다. 사람이 모는 트럭 대신 무인 기기가 팔레트에 실린 화물을 24시간 실어 나르는 방식이다. 트럭 운전기사가 줄어드는 상황에 대비해 도로를 물류 설비로 바꾸겠다는 구상이 점점 구체화 하는 것이다.
18일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이달부터 이바라키현 쓰쿠바시 국토기술정책종합연구소 시험주로와 지바현 나리타국제공항 내 시설에서 자동물류도로 2차 실증실험이 진행된다. 반송기기 3대 이상을 동시에 자율주행시켜 보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무인 운송기기들이 곡선 구간을 무리없이 주행하는지, 차선 변경이나 합류·분류, 엇갈려 지나가기 등을 수행할 수 있는지 검증한다.
전용 도로서 운용기기만 시속 70~80㎞ 운행…‘사람 손 최소화’
自動物流道路の構築に向けてのイメージ
자동물류도로는 고속도로 중앙분리대나 갓길, 도로 지하에 물류 전용 공간을 만드는 개념이다. 일반 차량과 물리적으로 분리된 이 공간에는 전기 등 클린에너지로 움직이는 전용 무인 반송기기가 달린다.
이런 식이다. 가로·세로 1.1m에 높이 2.2m의 화물을 도로 거점에 가져다 놓으면 자동 지게차 같은 무인 하역기기가 팔레트를 반송기기에 싣는다. 반송기기는 전용 공간을 따라 도착지 쪽 거점까지 달린다. 도착 거점에서 다시 무인 하역을 거친 화물은 트럭에 실려 최종 목적지로 간다. 일본 정부는 반송 속도 목표를 당초 시속 30㎞ 수준에서 지난해 시속 70~80㎞로 높였다. 지금 화물 트럭과 비슷한 속도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이 도로로 주로 운송하려는 화물은 쇼핑몰 택배같은 소형 화물이다. 온라인 쇼핑이 늘면서 일본 공장과 물류창고에서 한 번에 출하되는 화물의 무게는 1990년 2.43t에서 2021년 0.7t으로 줄었다. 즉 대형 트럭을 다 채우지 못한 채 자주 오가는 화물을 자동물류도로 위 팔레트 단위로 나눠 끊김 없이 보내겠다는 설계다. 결국 더 적은 수의 트럭과 인력으로 늘어나는 물류 수요에 대비하겠다는 것이 자동물류도로의 목표다.
일본도 일반 도로를 달리는 자율주행 트럭 개발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도 막대한 비용이 드는 도로 인프라 재설계를 검토하는 이유는 고령화다. 일본 정부는 이대로라면 2030년도에는 필요 수송량 대비 수송 능력이 34%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고령화로 장거리 물류 트럭을 몰 인력이 줄어드는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자율 주행 차량이 완전 무인으로 충분한 안전성을 확보할 때까지 기술 발전과 법제 개편을 기다리면 이미 늦을 수 있어 이런 방식을 고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자율 주행 트럭은 일반 도로에서 사람이 운전하는 다른 차량과 함께 운행하면서 악천후, 도로 위 낙하물, 다른 차량의 졸음 운전이나 과속 등 돌발 변수에 실시간으로 대응해야 한다. 정체와 사고 위험 때문에 차간 거리를 충분히 둬야 해 효율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이와 달리 전용 도로에서는 규격화한 반송기기가 일정한 속도로 연속 운행하는 방식으로 변수가 적어 무인화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국토교통성은 2030년도에 수송량 부족분 전망치 9억t 가운데 최대 22%를 자동물류도로로 메울 수 있다고 본다.
아마존재팬 등 127개사 참여…“2030년 대 중반 운용 시작”
일본은 2030년대 중반까지 도쿄~오사카 구간 중 일부에서 실제 운용을 시작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간토 지역과 효고현 등으로 넓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유수의 기업들도 참여 중이다. 아마존재팬과 세븐일레븐재팬, 아사히그룹재팬 등 유통소비재 기업과 야마토운수·사가와급편·일본우편 등 택배사, NEC·후지쓰·도시바 등 IT 기업도 참여했다. 올해 3월 기준 127개사(비공개 포함)가 참여했다.
다만 한계도 분명하다. 출발지와 도착지 거점에서 화물을 한 번씩 더 옮겨 실어야 한다. 데이비드 시번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독일 환경매체 RESET과의 인터뷰에서 “화물을 두 번 처리해야 한다는 사실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해진 경로만 오갈 수 있어 철도 화물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비용도 과제다. 2024년 검토회에서는 지하에 전용로를 만들면 공사비가 최대 4조엔에 이를 수 있다는 추산이 나왔다. 비슷한 구상을 먼저 추진한 스위스도 거점 병목 등 운용 효율성과 투자비 조달 등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는 도로 대신 기자율주행 화물차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CJ대한통운과 한진,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등 국내 주요 물류사도 자율주행기술 개발에 한창 매진 중이다. 한진은 7월 25톤 자율주행 화물차로 유상운송을 시작했다. 전북 군산항에서 한진 전주택배터미널을 거쳐 대전 메가허브까지 118㎞를 주 3회 오간다. CJ대한통운은 고속도로 뿐 아니라 대구 도심에서 자율주행 화물운송을 운영한다. 실제 화물을 실은 11.5톤 화물차가 대구권 서브터미널 4곳(거점 간 4.2~26㎞)을 순환한다.
업계에서는 일본과 달리 인력 부족 속도가 자율주행 기술 개발 속도를 초과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전국 물류 네트워크와 실제 운영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율주행 물류 상용화를 앞당길 계획”이라며 “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의 현장 적용으로 스마트 물류 혁신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