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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디저트 먹고 고택서 하룻밤…폐가 7채 살려 ‘머무는 나주’로

08.10.2026 1분 읽기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나주시 곰탕거리에서 10여 분을 걸어 나주향교 부근으로 향하면 한식과 서양식·일본식 건축양식이 어우러진 고택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한때 폐가로 방치됐던 고택 7채를 되살려 만든 복합 문화 공간 ‘3917마중’이다. 나주의 대표 특산물인 배를 활용한 음료와 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 카페부터 숙박시설·워케이션 공간까지 갖추며 관광객이 나주에 머물도록 하는 복합 로컬 플랫폼으로 변신했다.

기애자 3917마중 공동대표는 8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커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하나씩 공간과 콘텐츠를 늘리다 보니 지금의 모습이 됐다”며 “앞으로는 나주의 다양한 기업과 관광객을 연결하는 지역 대표 플랫폼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3917마중은 1939년 지어진 고택을 복원해 2017년 문을 열었다. 이름에는 ‘1939년에 만들어진 공간을 2017년에 마중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폐가 상태였던 고택 7채를 차례로 매입하면서 한식·일식·양식이 절충된 기존 건축양식을 살려 복원했다. 공간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인정받아 2023년에는 전라남도 제1호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됐다.

기 대표는 남편인 남우진 공동대표와 10년 전 관광을 위해 나주를 찾았다가 나주향교 바로 옆에 위치한 3917마중 부지를 발견했다. 그는 “이런 공간에서 문화 생활을 할 수 있으면 어떨까 생각해 작은 공간 하나를 매입한 게 시작이었다”며 “한 채씩 주변 폐가를 모으다 보니 7채까지 늘었고 사업도 자연스럽게 커졌다”고 설명했다.

3917마중은 나주의 대표 특산물인 배를 활용한 카페로 시작했다. 기 대표는 “누구나 나주 하면 배를 떠올리는 만큼 지역 농산물을 젊은 층도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바꿔보자고 생각했다”며 “젊은 층이 산뜻한 맛과 아삭한 식감을 선호한다는 점에 착안해 입맛에 맞는 제품을 하나씩 개발했다”고 말했다. 식음료(F&B) 분야에서 일한 경험이 없던 기 대표는 첨가물을 넣지 않고 배 본연의 맛을 살린 음료와 디저트를 직접 개발해 계절별로 선보이고 있다. 지역 특산물인 배를 차별화된 로컬 콘텐츠로 발전시킨 공로로 2022년 로컬크리에이터 기업으로 선정됐다.

카페에서 시작한 3917마중은 이후 숙박과 워케이션 공간으로 기능을 넓혔다. 이는 기 대표가 관광객의 체류 시간을 늘릴 방법을 고민한 결과다. 그는 “숙박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한 지역에 머무르는 시간이 크게 달라진다”며 “곰탕을 먹은 뒤 잠깐 들렀다 떠나는 카페가 아니라 나주를 천천히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나주 특산물을 활용해 한상 디저트를 직접 만드는 클래스 등 관광객이 참여할 수 있는 체험 콘텐츠도 늘리고 있다. 먹거리와 숙박·체험을 한 공간에 묶어 관광객이 나주에서 보내는 시간을 자연스럽게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3917마중의 다음 목표는 나주의 로컬 브랜드를 연결하는 앵커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3917마중에서는 지역 기업의 제품을 소개하는 팝업스토어를 열어 소규모 로컬 브랜드가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접점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남도가 추진하는 앵커스토어에도 선정됐다. 기 대표는 “우리만 잘되는 것이 아니라 나주에 좋은 로컬 기업이 여러 곳 생기고 나주 자체의 관광 산업이 성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직접 로컬 기업을 운영하며 겪은 시행착오는 다른 사업자들에게 경험을 나누게 된 계기가 됐다. 소규모 사업자는 매장 운영을 하는 동시에 제품을 개발하거나 굿즈를 제작하는 등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기 대표는 3917마중을 운영하며 쌓은 경험을 다른 사업자들과 공유하는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거나 팝업을 열고 싶은 수요는 있지만 두세 명이 사업을 운영하다 보면 손을 뻗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먼저 경험한 입장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를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기 대표가 궁극적으로 그리는 비전은 3917마중과 같은 로컬 기업이 지역 곳곳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그는 “지역소멸에 대응하려면 단발성으로 생겼다가 사라지는 기업이 아니라 지역에 뿌리내리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이 필요하다”며 “3917마중이 다른 로컬 기업과 함께 성장하면서 나주를 찾는 사람들이 더 오래 머물 수 있도록 하는 지역의 거점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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