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미국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의 워너브라더스 인수에 참여해 10억 달러(약 1조 3596억 원)를 투자한다. 할리우드 엔터테인먼트 지식재산권(IP)을 테마파크와 복합쇼핑몰 등 국내외 유통 사업에 접목하는 한편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글로벌 콘텐츠 분야로 넓히기 위한 전략적 행보다. 유통 기업을 넘어 ‘리테일·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 도약하고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콘텐츠 허브’가 되겠다는 게 신세계의 구상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신세계프라퍼티가 데이비드 엘리슨 회장, 미국 투자운용사 레드버드 등과 함께 워너브라더스 인수에 투자한다고 전날 밝혔다. 할리우드 제작사 스카이댄스는 지난해 파라마운트를 인수해 미디어 그룹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로 출범했으며 이달 초 워너브라더스를 인수합병했다.
투자는 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마트는 이날 종속회사인 스타필드 프로퍼티스(STARFIELD PROPERTIES, INC.)가 케이맨제도에 설립된 투자법인 ‘RB 텐트폴 코인베스트(RB Tentpole Co-Invest (P) Offshore, LP)’의 지분 100%를 현금으로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이 법인을 통해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PSKY)와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의 합병 거래와 관련해 발행되는 신주에 투자하는 구조다. 취득 금액 1조 3596억 원은 이달 2일 서울외국환중개 매매기준율(달러당 1359.60원)로 환산한 금액으로 환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신세계는 이번 투자로 파라마운트의 ‘미션 임파서블’, ‘스타트렉’, ‘탑건’은 물론 워너브라더스의 ‘해리포터’, ‘왕좌의 게임’ 등 전 세계 팬덤을 보유한 IP를 오프라인 공간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통과 엔터테인먼트 모두 고객 접점이 많은 사업인 만큼 신세계가 쌓아온 유통 본업의 경쟁력에 콘텐츠를 더해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가장 먼저 효과가 기대되는 곳은 경기 화성시에 추진 중인 ‘화성 스타베이시티’다. 신세계그룹은 이미 스타베이시티에 글로벌 IP를 접목하기 위해 파라마운트와 협력을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워너브라더스 콘텐츠까지 더해지면 이곳에 계획 중인 테마파크의 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2019년 비전 선포식에서 “그룹이 가진 모든 사업 역량을 쏟아 세상에 없던 테마파크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존 리테일 사업도 강화한다. 스타필드·스타필드마켓·스타필드 빌리지 등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대형·중형 실내 복합쇼핑몰에 파라마운트와 워너브라더스 IP를 기반으로 한 체험시설과 테마공간을 설치해 고객 경험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분야에서도 협력할 수 있을 것으로 신세계는 내다봤다. HBO 맥스·파라마운트 플러스를 이마트 등 온·오프라인 계열사가 운영하는 멤버십과 연계하면 고객 혜택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고객을 붙잡아두는 ‘록인(Lock-in)’ 효과도 클 것이라는 기대다.
장기적으로는 이번 투자를 그룹 차원의 콘텐츠 신사업 발판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워너브라더스를 품은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 그룹과 콘텐츠를 함께 제작해 아시아 콘텐츠 시장의 새 강자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2억 명 이상의 구독자를 가진 HBO 맥스와 파라마운트 플러스를 통해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동 제작하거나 제휴하는 방안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사업이 여기까지 확장되면 ‘K콘텐츠’ 열풍을 타고 K컬처의 세계 저변을 넓히는 데도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신세계는 기대하고 있다.
이번 투자는 이마트와 백화점 부문의 계열 분리를 앞두고 정 회장이 그룹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정 회장은 7월 오코(OKO) 그룹과 손잡고 글로벌 럭셔리 호텔 브랜드 아만(Aman)의 국내외 시설 건립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이에 앞서 올 3월에는 미국 리플렉션AI와 손잡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사업 진출도 발표했다. 이번 투자로 신세계의 사업 영역은 내수에서 글로벌로, 유통업에서 기술과 부동산 개발을 넘어 콘텐츠까지 넓어지는 모습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투자는 단순한 지분 투자를 넘어 신세계그룹이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다각화하는 데 디딤돌이 될 것”이라며 “이번 투자를 통해 신세계그룹이 아시아 콘텐츠 시장의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할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