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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문 열고 강릉으로…드라마 끝나도 여정은 계속된다

30.09.2026 1분 읽기

드라마 ‘호텔 델루나’ 속 주인공 장만월이 과거를 회상하는 사진이 촬영지 충남 부여군 가림성의 사진과 붉은 실로 연결된다. 붉은 실은 호텔 델루나에서 인연과 운명을 상징하는 중요한 소재다. 외국인 관람객들이 붉은 실을 따라가며 드라마 속 명장면, 촬영지의 풍경과 지역명을 확인한다.

한국관광공사가 서울 중구 하이커그라운드에서 진행하고 있는 ‘K-드라마 체험 전시’ 행사장에는 이처럼 유명 드라마에 등장한 한국 곳곳의 풍경을 관람하는 외국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공사가 스튜디오드래곤과 함께 이달 18일부터 11월 19일까지 진행 중인 해당 전시에는 28일까지 11일간 벌써 8037명이 다녀갔다.

이번 전시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익숙한 K드라마를 통해 국내 관광지를 소개하기 위해 기획했다. 한국을 찾는 해외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서울과 수도권 위주의 관광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이들의 관광 수요를 지방으로 분산하기 위해서다. 국내 지리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이미 알고 있는 작품과 자신의 취향에 따라 새로운 관광지를 발견하도록 했다. 실제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25 외래관광객조사’에 따르면 외래객 중 40.1%가 한국 여행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로 한류 콘텐츠를 꼽았다. 이는 2023년보다 8.0%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전시에서는 ‘호텔 델루나’ ‘도깨비’ ‘갯마을 차차차’ 등 40여 편의 드라마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관람객이 좋아하는 대사와 장면·음악·소품을 고르면 선택 결과에 맞춰 촬영지와 주변 여행지를 추천해준다.

또 작품 속 장소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관람객들이 자신의 취향을 되돌아보고 기록하도록 한다. 호텔 델루나에서 주인공이 운영하는 호텔의 프런트를 본뜬 안내 데스크에서는 좋아하는 대사와 장면·음악·소품 등을 적을 ‘기억 수첩’을 나눠준다.

드라마 ‘도깨비’에서 문을 열면 다른 장소로 이어지던 ‘빨간 문’도 재현했다. 빨간 문을 통과해 여러 드라마 속 장면과 전국 촬영지를 둘러볼 수 있다. 안내판의 QR코드를 찍으면 해당 지역의 여행 코스와 주변 관광 정보를 휴대폰으로 살펴볼 수 있다.

모든 관람객은 전시 마지막에 ‘작은 여행 티켓’을 받아 자신의 취향에 맞는 여행지를 추천받는다. 공사는 추천에 그치지 않고 실제 지역 방문으로 이어지도록 글로벌 온라인여행사(OTA) KKday와 연계 기획전도 마련했다. 강릉과 포항·안동·철원·수원 등 K드라마 촬영지를 둘러보는 여행 상품을 판매하고 최대 15달러 할인 쿠폰 등 혜택 역시 제공한다.

특히 공사는 촬영지를 찾은 관광객이 당일 관광에 그치지 않고 오래 머물고 숙박하며 소비를 늘리게 할 묘안도 발굴했다. 드라마 제작 단계부터 스튜디오드래곤과 협업하기로 한 것이다. 촬영 전부터 지역 관광자원과 접근성, 주변 콘텐츠를 살펴 관광과 연계할 요소를 반영하고 IP를 활용한 체험형 콘텐츠도 함께 개발한다. 전국의 촬영지와 주변 관광지를 하나의 코스로 잇는 ‘한류 올레길’ 또한 추진한다. 개별 촬영지만 찾고 돌아가는 대신 주변 관광지와 체험 콘텐츠를 함께 둘러보도록 동선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백만성 한국관광공사 한류콘텐츠팀장은 “촬영지에 관광객을 수용할 여건이나 연계할 관광 콘텐츠가 부족하면 지역 관광으로 이어지는 데 한계가 있다”며 “촬영지 선정 단계부터 지역 관광자원과 접근성 등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여행 플랫폼들도 내국인의 해외여행(아웃바운드)에 주력해오던 것에서 벗어나 외국인의 국내 여행(인바운드)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한국을 재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는 관람형 여행 상품 외에 직접 배우고 참여하는 체험형 상품도 다양하게 선보이는 중이다.

크리에이트립이 올해 2월 자사 이용 외국인 100명을 조사한 결과 79%가 1년 안에 한국을 다시 찾겠다고 답했고 최근 3년간 세 차례 이상 방문한 응답자는 45%였다. 이들은 K팝 댄스 수업과 메이크업 교습, 한식 요리 수업 등 한국에서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도 관심을 보였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 클룩에서도 올해 1월부터 3월 18일까지 아이돌 메이크업·헤어 체험 상품의 트래픽(접속량)이 전년 동기보다 148% 늘었다.

국내 여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외국인의 지역 여행 수요가 크지 않아 지방 상품을 적극적으로 만들기 어려웠고 기존 지역 패키지도 내국인 중장년층을 겨냥한 당일 관광형이 많았다”며 “최근에는 방한객이 늘고 외국인의 지역 여행 수요도 커지면서 관심사에 맞춘 체험형 프로그램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올해 8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은 225만 명으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방 공항으로 들어온 외국인도 늘었다. 올해 1~8월 지방 공항 입국자는 283만 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38.2%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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