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에 김숨의 ‘간단후쿠’(민음사), 에세이는 문형배의 ‘호의에 대하여’(김영사)가 각각 선정됐다.
한국서점연합회(회장 오명영)는 11월 11일 서점의 날을 앞두고 ‘2026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과 작가’를 발표했다. 전국 서점인들에게 ‘올해의 책·작가’를 추천받아 서점·출판·독서계 전문가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에서 올해의 책 7개 부문과 올해의 작가 1인을 최종 선정했다.
올해의 소설로 뽑힌 작품의 제목 ‘간단후쿠’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위안소에서 입고 생활한 원피스를 뜻한다. 소설은 만주의 위안소에 붙들린 열다섯 살 소녀가 그 옷을 입은 채 견뎌야 했던 시간을 그린다. 김숨 작가는 피해자를 역사적 상징으로 박제하지 않고, 기억과 생존 의지를 지닌 한 사람으로 되돌려 놓는다. 비극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차마 말하지 못한 고통과 침묵을 문학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는지 모색해 온 작가의 작업이 이 작품을 통해 한층 깊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에세이 부문에 선정된 ‘호의에 대하여’는 저자가 독서와 재판, 사람과 사회에 관해 써 온 글 가운데 120편을 묶은 에세이다. 법을 다루는 저자는 일상에서 만난 사람과 책, 재판을 돌아보며 자신이 편견과 독선에 빠지지 않았는지를 성찰한다. 짧고 평이하게 쓰인 글이 독자의 삶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접근성과 출간 직후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대중성도 주목할 만하다.
인문·교양 부문에서는 오찬호의 ‘납작한 말들’(어크로스)이 꼽혔다. 이 책은 섬세하게 따져 물어야 할 사회적 맥락을 지우고 차별과 고통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일상의 언어를 해부한다. 책의 장점은 혐오 표현을 낳은 경쟁의 메커니즘과 소통의 습관을 사회학적 통찰로 검토한다는 데 있다.
과학 부문에서는 김상욱의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동아시아)가 선정됐다. 변화가 곧 진보인 듯 여겨지고 새로운 기술이 기대와 불안을 생산하는 시대에 이 책은 무엇이 바뀔지보다, 무엇이 쉽게 바뀌지 않는지를 들여다본다. 인공지능(AI)과 스마트폰, 음모론과 민주주의 등 동시대적 사안을 과학의 시선과 인문학적 질문 사이에 놓는 구성도 흥미를 돋운다.
실용·예술·그래픽노블 부문에서는 절자의 ‘지층거주자: 반지하로부터의 수기’(세종마루)가 선정됐다. 반지하 방에는 바퀴벌레와 돈벌레, 초파리와 쥐, 고양이와 인간이 서로의 동의 없이 공존한다. 책은 이 같은 기묘한 동거에서 출발해 어떤 생명은 왜 손쉽게 해충으로 분류되고, 죽음은 왜 방역이라는 이름으로 외주화되는지를 되짚는다.
유아동·청소년 부문에서는 진은영의 시와 이수지의 그림이 만난 ‘오늘은 나의 생일이야’(초록귤)가 꼽혔다. 세월호 참사로 열일곱 번째 생일을 맞지 못한 아이를 위해 진은영이 쓴 시 ‘그날 이후’와 떠난 아이들을 기억하며 이수지가 오랜 시간 다듬어 온 그림이 조화를 이룬다.
자기계발·경영·경제 부문에서는 고명환의 ‘독서의 기술’(라곰)이 선정됐다. ‘왜 읽어야 하는가’와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라는 두 가지 질문을 축으로, 저자가 책을 통해 불안을 다루고 삶과 일을 변화시켜 온 경험과 독서 방법을 알려준다.
올해의 작가로는 은희경이 선정됐다. 은희경은 1995년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후 인간관계에 깃든 위선과 자기기만, 개인의 내면을 횡단하는 시대의 흔적을 예리하게 포착해 왔다. 첫 장편소설 ‘새의 선물’이 누적 발행 100쇄를 돌파했고, 올해 ‘빛의 과거’ 이후 7년 만의 장편소설 ‘시간의 감촉’을 출간했다. 신작은 몸에 새겨진 시간과 나이 듦,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삶을 은희경다운 필치로 탐색한다.
선정된 도서와 작가에 대한 시상은 11월 11일에 개최되는 서점의 날 기념식에서 진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