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어촌에서 사는 사람은 줄어드는데 가구 수는 오히려 늘고 있다. 고령 단독가구 확대와 청년층 유출 등으로 한 집에 함께 사는 인원이 감소하는 가운데 세컨하우스와 농막·컨테이너 등 비상주형 주거시설도 확산하고 있다.
24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농산어촌 마을 패널 조사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까지 비교가 가능한 90개 마을의 평균 상주 가구는 89.2가구에서 95.0가구로 6.5% 늘었다. 같은 기간 주민 수는 188.8명에서 182.4명으로 3.4% 줄었다. 5년 사이 마을당 평균 상주 가구는 5.8가구 늘어난 반면 주민은 6.4명 감소한 셈이다. KREI는 전국 103개 패널 마을과 주민 360명을 대상으로 6년간 인구·생활·공간·경제·공동체 변화를 추적해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외형상 가구 수가 유지돼도 실제 인구 기반은 빠르게 약해지는 곳이 적지 않았다. 주민이 감소한 49개 마을을 따로 보면 평균 상주 가구는 81.7에서 80.7로 1개 줄어드는 데 그쳤다. 반면 인구는 171.9명에서 140.1명으로 31.8명 급감했다. 가구당 인원도 2.10명에서 1.74명으로 축소됐다. 연구진은 고령층의 1인 가구 증가와 청년층 유출, 출생아 감소가 맞물리면서 ‘소가구화’ 또는 ‘인구 희석’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상주인구가 감소하는 동안 주거 형태는 오히려 다양해졌다. 세컨하우스가 있는 마을 비율은 2021년 38.2%에서 2025년 51.5%로 높아져 절반을 넘어섰다. 보유 규모도 마을당 평균 3.4호에서 4.5호로 커졌다. 농막·컨테이너형 주거시설이 있는 곳은 같은 기간 40.2%에서 48.6%로 상승했다. 평균 시설 수도 1.2호에서 1.6호로 많아졌다. 연구진은 이를 도시민의 체류형 거주와 관계인구형 이용 수요가 증가한 결과로 해석했다.
주소를 두지 않더라도 꾸준히 오가는 ‘관계인구’의 존재감도 커졌다. 2025년 기준 최근 1년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사람이 있다고 답한 마을은 71.8%에 달했다. 2022년 51.5%와 비교하면 20.3%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유형별로는 출향민이 있는 곳이 63.1%로 가장 많았고 정기적으로 찾는 도시민이 존재하는 곳도 32.0%였다. 연구진은 2024년 이후 비율이 크게 높아진 데 생활인구에 대한 정책 홍보와 반복 조사로 ‘관계인구’ 개념에 대한 인식이 강화된 영향도 있다고 봤다.
체류 수요의 증가와 기존 주택의 공동화는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2025년 조사 대상에는 평균 2.8호의 공가와 1.6호의 폐가가 남아 있었다. 한쪽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집이 쌓이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세컨하우스와 농막·컨테이너가 늘어난 셈이다. KREI는 신규 체류 수요와 노후·유휴 주택의 병존을 농산어촌 정주공간 재편의 한 특징으로 짚었다.
농촌이 ‘머무는 공간’으로 넓어지고 있지만 상주 주민이 체감하는 생활기반은 여전히 취약했다. 주민 360명의 생활 만족도를 10점 만점으로 평가한 결과 자연환경은 8.42점, 안전은 8.05점, 이웃 관계는 7.96점으로 높았다. 반면 보건의료는 4.55점에 그쳤다. 생활편의시설과 일자리도 각각 4.74점, 5.23점에 머물렀다. 보고서는 자연환경과 공동체 관계에 대한 평가는 높은 반면 생활 인프라와 경제 기반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주민들이 꼽은 향후 과제에서는 일자리와 생활서비스 개선 요구가 두드러졌다. 지역 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분야로는 일자리 증대가 44.2%로 가장 많이 꼽혔다. 보건의료 환경 개선(38.6%)과 생활편의시설 확충(37.8%)이 뒤를 이었다. KREI는 인구 감소라는 현실을 전제로 농촌의 기능을 유지하려면 빈집 활용과 체류형 주거 관리체계를 정비하고 의료·돌봄 등 필수 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